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은 캄보디아 북부와 태국 동부 국경을 가로지르는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캄보디아의 뿌리였던 크메르제국이 지은 사원이고 현재도 사원 인근에는 캄보디아 주민들이 거주하며 행정적으로도 캄보디아 프레아 비헤아르 주에 속해 있다.
하지만 1900년대 초반에는 태국(당시 시암)의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1904년 프랑스와 시암 왕국이 국경 조약을 맺으면서 프레아 비헤아르는 태국 영토로 인정됐다. 문제는 3년 후 프랑스가 새로 작성한 지도에 측량 오류로 이 사원을 캄보디아 것으로 잘못 그리면서 시작됐다. 태국은 이 오류를 1934년에야 알아챘고 당시 별다른 시정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당시 시암 왕국은 프랑스와의 외교적 긴장이나 갈등을 피하려는 입장이었고 지도 자체의 법적 효력에 대한 인식 부족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던 중 1953년 캄보디아는 프랑스에서 독립하면서 이 사원을 자국의 것으로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당연히 자기 땅이라고 생각한 태국은 즉각 병력을 보내 사원을 점령해 버렸고 갈등을 풀지 못한 채 이 문제는 ICJ로 가게 됐다.
1962년 ICJ는 사원 자체는 캄보디아 소유라고 판결했다. 태국이 지도 오류를 알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는 점이 가장 강한 근거였다. 하지만 주변 영토의 소유권은 여전히 불명확해 갈등의 불씨는 여전했다.
사원을 둘러싼 갈등은 2008년 캄보디아가 단독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더욱 커졌다. 당시 양국 군대는 사원 주변에서 또 무력 충돌을 벌여 사상자 수십명이 발생했다. 2013년 ICJ 재판에서는 사원 주변 지역까지 캄보디아 소유로 판결했지만, 태국 내 반발은 여전했다.
올해 5월과 7월에는 국경 지역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잇따라 태국 군인들이 부상하면서 BM-21 로켓포와 F-16 전투기까지 동원된 교전이 발생했다. 이에 양측 합쳐 수십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두 나라 사이의 정치적 위기도 양국 갈등에 한몫했다. 과거에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가까웠던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와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관계는 올해 들어 틀어져 버렸다. 태국 정부가 캄보디아 내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작업장을 단속하면서 훈센 측근의 이해관계가 침해받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훈센이 탁신의 딸인 패통탄 총리의 통화 내용을 유출하며 두 나라는 더욱 견원지간이 되었다.
지난 6월 15일에 있었던 통화는 패통탄이 훈센을 '삼촌'이라고 부르고, 캄보디아 접경 지역을 담당하는 태국군 제2군 사령관을 '반대편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17분간의 이 통화를 녹음하고 유출한 장본인인 훈센 전 총리는 태국 총리가 자신에게 굽신거린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이에 따라 패통탄 총리의 정치생명까지 위태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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