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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국 노동시장 경직적" 64%, 외국기업들의 시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7 19:14

수정 2025.07.27 19:14

한경협, 외투기업 439곳 조사 결과
개선 시급한 노조 관행은 '정치파업'
한경협 제공
한경협 제공

외국인 투자기업(외투기업) 64%가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고 평가했다. 유연하다고 말한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종업원 100인 이상인 외투기업 43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지만 선진국과는 차이가 나는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

외투기업들이 노사관계에서 애로를 느끼는 부분은 '해고, 배치전환 등 고용조정의 어려움'(34%)이 가장 컸다.

'주52시간제 등 경직적인 근로시간제도'(22%)가 그다음이었다. 13%는 근로시간 규제나 중대재해처벌법 등 강화된 규제로 사업 철수 등을 검토한 적이 있다고 했다. 개선이 시급한 노조 관행으로 '상급 노조와 연계한 정치파업'(35%)을 지적했다. 57%는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라고 했다.

이런 결과는 우리 재계와 기업에서도 꾸준히 제기해 온 문제다. 우리만 특별히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한국의 노사관계에서 노조의 영향력은 외국에 비해 과도하게 큰 편이다. 1980년대부터 노조 탄압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 노동운동의 자유를 글로벌 기준 이상으로 키워준 결과다.

그 덕분에 노조원들의 처우와 복지가 향상됐지만, 문제는 노조 권력이 너무 거대화되어 기업은 물론 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거대 노조들은 힘을 배경으로 투쟁력을 키워 '귀족 노조'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비대화됐다. 거대 노조들은 상급 단체 민노총의 주세력으로, 정치파업을 선동하며 정부도 건드리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

이런 마당에 새 정부는 노란봉투법 등 노조의 권한을 더 키우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상대적으로 음지에 놓인 하청노조의 활동력을 높여주자는 취지는 알겠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부담이 매우 커져 기업들은 한국을 탈출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아질 것이다. 해고는 차치하고 주52시간제의 유연한 적용조차 어려운 우리 노동계의 현실이 기술혁신마저 지연시킬 수 있음을 반도체 분야에서 보았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한국 기업들이 우리 땅을 못 떠나게 붙잡고, 외국 기업들 유치와 투자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어느 누가 강성 노조문화가 고착된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할 생각이 나겠는가.

앞으로 기업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외투기업들이 바라본 대로 그러잖아도 노조와 맞서 힘들게 기업을 운영하는데 더 강화된 법안들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탈한국이 가속화될 수 있다. 노조 세력은 이미 정권을 좌지우지할 만큼 힘이 세졌다.

여기에 더 큰 권한을 제도적으로 부여한다면 그야말로 공룡 같은 권력이 될 수 있다. 한번 준 권한은 다시 빼앗기 힘들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상법 추가 개정마저 추진되고 있어 기업들의 의욕이 꺾이고 있다.
"기업들이 뛰게 해 달라"는 간절한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