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운명의 남은 4일
원한다고 다 얻기 어려운 게 협상
원한다고 다 얻기 어려운 게 협상
다음 달 1일 한미 관세협상 데드라인까지 단 나흘 남았다. 내수·수출 부진에 허덕이며 저성장의 터널에 갇힌 대한민국 경제의 운명을 가를 담판이 임박한 것이다. 현대차의 실적 부진에서 보듯이 이번 협상의 결과는 우리 기업과 나라 경제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협상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다. 본인이 원하는 방향과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바로 협상을 파투 내기 일쑤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사를 봐도 그렇다.
미국 백악관도 한국과의 협상에 대해 "생산적"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우리 통상팀은 예정에 없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추가 회담을 성사시키며 러트닉 장관의 뉴욕 사저까지 찾아가 늦은 밤까지 회담을 이어갔다고 한다.
지난 25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도의 한미 2+2 통상협의가 미국의 급작스러운 통보로 순연될 때까지만 해도 난기류가 형성됐다. 대통령실은 주말 연이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관세 발효일 직전인 오는 30~31일쯤 구 부총리와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막판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곧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따로 만날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다행인 건 글로벌 경쟁력이 최고인 K조선이 협상 타결의 핵심 '트리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우리는 미국 측의 조선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조선 협력을 포함한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K조선은 미국이 제조업 부흥과 중국과의 해상 패권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삼을 만큼 우리의 '강력한 패' 중 하나다. 얼마 전 미국과 상호관세 15%에 타결한 일본은 조선역량이 우리에 훨씬 못 미친다.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3대 K조선업체'는 선박 건조기술 이전을 비롯해 미국 해군력 강화 및 미국 조선업 현대화 지원, 현지 건조, 인력 양성 등 미국이 원하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우리의 막판 협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요구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과도 파트너십 구축 가능성이 높다.
한미 협상의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만약 조만간 합의된다면 세부 내용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릴 것이다. 농축산물 시장개방에 농민들은 거세게 반발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쌀과 소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 허용은 가장 민감한 문제다. 온라인플랫폼 규제 완화, 미국 자동차 시장개방도 국내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받을 것만 받고 줄 것은 주지 않는 협상은 있을 수 없다. 전체 국익 차원에서 이해득실을 잘 따져 큰 것은 얻고 작은 것은 양보하는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다.
조선·반도체 등 우리의 협상 카드를 최대한 활용해서 최선의 합의안을 작성하기 바란다. 합의 결과에 따라 예상되는 농업계 등의 피해에 대해서는 추후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처방안을 따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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