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연구원 보고서, 사회보험 간 상이한 기준으로 인한 비효율 지적
'칸막이 행정'에 국민·사업주 이중고…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 등 개선방안 제시
"같은 회사, 다른 보험?"…내 사회보험은 왜 제각각일까요?건강보험연구원 보고서, 사회보험 간 상이한 기준으로 인한 비효율 지적
'칸막이 행정'에 국민·사업주 이중고…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 등 개선방안 제시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같은 회사에서 똑같이 일하는 동료인데, A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직장가입자이지만 고용보험에는 가입돼 있지 않다. 반면 B는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은 가입했지만, 건강보험은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각 사회보험이 저마다 다른 가입 기준과 보험료 부과 방식을 고수하는 '칸막이 행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8일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사회보험 부과·징수 효율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처럼 동일한 노동을 제공함에도 제도별로 가입 자격이 달라지는 '부정합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땜질식 처방의 한계…국민·사업주 부담만 가중
보고서는 한국의 사회보험 제도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별도로 운영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입자 입장에서의 혼란과 사각지대 발생이다.
연구 결과, 2년 이상 장기근속 임금근로자의 24.1%, 2년 미만 단기 근속 근로자의 35.7%가 사회보험 적용의 '부정합성'을 겪고 있었다. 특히 건강보험에는 직장가입자로 등록됐지만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에서는 누락되는 사례가 많았다.
사업주의 행정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사회보험 공단마다 다른 신고 서식과 상이한 신고 기한(건강보험 자격상실 신고는 14일 이내, 타 보험은 다음 달 15일까지 등) 때문에 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되고, 특히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영세 사업장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세청의 '실시간 소득 파악(RTI)' 시스템을 활용하자는 논의가 활발하지만, 보고서는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제도별로 보험료를 매기는 소득(보수)의 범위가 다르고,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제도나 보험료 상·하한선 기준 등 고유한 특성이 존재해 국세청 자료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단기적 연계 강화, 중장기적 기준 통일 필요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적 접근법을 제안했다.
단기적으로는 국세청의 실시간 소득자료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휴직자의 소득 발생 여부를 파악해 보험료를 조정하거나, 무보수 대표자의 소득 여부를 확인해 자격을 관리하는 데 활용하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세청의 사업자등록번호와 공단의 사업장관리번호를 일치시키는 등 행정 인프라 정비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중장기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사회보험 간 '칸막이'를 허무는 것이다. '근로자'의 정의를 사회보험 간에 통일하고, 보험료 부과의 기준이 되는 '보수'의 개념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령, 현재는 일용근로자나 단시간근로자의 가입 기준이 보험마다 제각각인데, 이를 소득 기준으로 통일하거나 고용보험 수준으로 포괄성을 넓히는 식이다.
물론 이는 각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어려운 과제이며, 제도별 특성과 재정 영향을 고려한 깊이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복잡다단한 고용 형태와 소득 구조의 변화 속에서 사회보험 제도의 비효율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칸막이 행정의 틈새에서 발생하는 국민의 불편과 사업주의 부담을 줄이고, 모든 국민을 촘촘하게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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