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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마지노선' 상호관세 15%…대규모 투자·시장개방 부담 ['31일 담판' 관세협상 4대 쟁점]

정상균 기자,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8 18:10

수정 2025.07.28 19:17

美관세 D-3 막차 협상 몰린 한국
②對美투자 2000억弗+α 통할까
③쌀·소고기시장 추가개방 가능성
④'계륵' 알래스카LNG 참여할 듯

①'마지노선' 상호관세 15%…대규모 투자·시장개방 부담 ['31일 담판' 관세협상 4대 쟁점]
한미 관세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관세유예 마지막 날인 오는 31일 경제·산업·외교장관의 한미 간 장관급 협상에서 사실상 담판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최대 무역흑자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우리보다 앞서 합의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최종 담판 시한을 넘기면 더욱 쫓기는 처지로 한층 불리해졌다. 수백조원 규모의 대미투자와 농축산 시장 개방을 전제로 상호관세 15%가 기준점이 된 상황이다. 이보다 높은 선의 관세율이라면 사실상 협상 실패로 간주될 것으로 보여 우리 협상당국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28일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끝낸 EU를 비롯해 일본 등 주요국의 타결 내용과 정부 막판 대응,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천문학적 대미투자와 농축산물 시장개방을 상수로 보고 한국의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①물러설 수 없는 관세 15%

상호관세 15%는 마지노선이다. 일본과 EU는 미국산 천연가스와 보잉기 등의 대규모 수입을 전제로 상호관세 25~30%에서 10~15%p로 낮췄다. EU도 당초 30% 관세를 자동차·의약품 등 대다수 제품에 15%로 일본과 동일하게 낮췄다. 한국산 제품에 매겨진 상호관세는 현재 25%인데, 이를 최소 15%로는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도 15%(기존 관세 2.5% 포함)로 상호관세와 동일하게 맞췄다. 일본이 미국에 조롱당하면서까지 "자동차는 지켰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이것이다.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미 자동차 수출관세가 0%인 점과 환율을 고려해 일본보다 경쟁우위에 서려면 12.5%로 낮춰야 한다. 하지만 이런 합의에는 상당액의 대미투자와 시장개방과 같은 대가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EU가 1000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고, 800조원 이상을 더 투자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더해 철강·알루미늄에 묶인 50%의 관세폭탄도 제거해야 한다. 철강관세를 낮추지 못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철강 수출 비중이 높다. 50%에서 적어도 절반 수준으로 낮추지 않으면 강관 등 고부가가치 철강 수출은 타격을 입는다. 2018년 한미 FTA에서 263만t의 철강 쿼터로 무관세 수출했는데, 이런 방안으로 수출물량을 확보해야 할 상황이다.

②투자펀드 2000억달러에 추가

트럼프 2기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투자펀드다. 일본이 지난 8년간의 무역적자 누적액과 비슷한 5500억달러(약 760조원)에 이르는 대미투자펀드에 합의하면서, 연간 무역흑자(600억달러대)가 비슷한 한국도 빠져나가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대기업의 대미투자와 정부 출자, 무역금융 등을 포함해 2000억달러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미일 간 관세 담판에서 당초 4000억달러에서 5500억달러로 올렸는데, 한국도 최대 500억~1000억달러 정도의 추가적인 투자 보따리를 쥐고 담판 중에 대응할 수 있는 협상력이 요구된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대미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릴 여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③건너야만 할 '쌀·소고기 개방의 강'

한미 협상을 지연시킨 핵심은 미국산 쌀과 소고기 시장개방이다. 이번 협상에서 일정 부분 개방하지 않고는 자동차 등 한국의 수출 제조업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은 주요국의 타결로 한층 명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고기와 쌀 시장개방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이상, 이를 막으려면 협상 자체가 깨질 수 있다. 정부도 농축산물이 협상 대상에 포함돼 있음을 공식화한 이상 미국산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전면 개방과 미국산 쌀 수입물량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규제는 국내 문제여서 미국을 설득할 명분이 별로 없다는 게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만 30개월 이상 소고기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쌀 시장 개방은 일본과 유사하게 외국산 쌀 수입 쿼터를 유지하면서 미국산 할당량(현행 30%)을 늘리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④알래스카 프로젝트 실익 있을까

일본과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수입국인 한국도 합작벤처와 같은 형태로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요구는 한국, 일본 등이 알래스카 남북에 1300㎞의 가스관을 깔고, LNG까지 사 가라는 것. 60조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비가 들지만 미국은 집요하게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경제성이 불확실한 '계륵'과 같은 프로젝트이지만 LNG 선박 건조와 송유관 제조, 플랜트 건설 등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실리적 협력으로 확장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은 일본과 중국, EU 등 규모가 큰 경제국과 관세를 타결해 트럼프식 압박과 협상력을 확인했다.
미국산 농축산물 시장개방과 대미투자, 방위비 인상 등의 실질적인 숫자를 요구하는 미국을 상대해 운동장이 더 많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일본과 EU 타결안이 완성된 이상 한국도 그 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본이 실리에서 선택과 집중한 전략과 같이 우리도 자동차와 철강, 반도체, 의약품 등의 핵심산업에서 15% 이내 저율 관세와 무관세로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