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부터 충격 본격화
한미 관세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율을 유지한다면 현대차·기아의 관세 손실 규모가 올해에만 6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문제는 2·4분기 실적을 통해 파악된 관세 손실 규모가 예상치를 넘어서면서 올해에만 기존 예상치를 1조6000억원 이상 웃도는 관세 부담이 우려돼 통상당국의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자동차 시장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28일 완성차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본과 유럽연합(EU)과 같이 미국과 통상 합의로 자동차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출 경우 연간 1조5000억원 안팎의 관세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한미 통상당국 간 협상이 난항을 겪어 내년까지 관세율이 25%를 유지하거나, 20% 수준으로 관세를 내리는 데 그친다면 현대차·기아의 관세 손실 규모는 연간 8조원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의 25% 관세 적용에 따른 2·4분기 손실이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25% 관세율을 일본·EU와 같이 15% 수준으로 내리지 못한다면 3·4분기부터는 관세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가 나오면서 수조원대 손실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실제 NH투자증권은 관세율 25% 유지 시 현대차는 올해 3조680억원, 내년에는 4조580억원대 관세 부담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15%로 관세율을 낮춘다면 올해와 내년 현대차의 관세 부담은 각각 2조6000억원, 2조7000억원대로 파악돼 각각 5000억~1조8000억원대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교보증권은 현대차가 25%의 관세를 감당할 경우 내년 연간 관세 부담 규모가 5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파악했다. 관세율이 1%p 감소할 때마다 2000억원의 영업이익 발생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춘다면 2조원의 영업이익 효과를 볼 것이라고 진단했다.
관세 부담 추정치가 상향조정된 것도 현대차와 기아에 큰 부담이다.
25% 관세를 가정할 경우 NH투자증권은 현대차의 올해 연간 관세금액이 2조4250억원에서 3조680억원으로 6400억원 상향 조정되고, 내년 관세금액은 기존 추정치 3조6200에서 4조4580억원으로 8300억원 이상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기아의 관세 부담 전망치와 관련, KB증권은 올해와 내년 관세 부담 전망치를 2조7000억원, 2조1000억원으로 기존 전망치 대비 각각 8400억원, 5700억원 상향 조정했다. 그나마 관세협상 가능성을 반영해 올해 4·4분기에 관세율이 20%로 5%p 낮아지는 것을 가정한 것으로, 관세협상이 어그러질 경우 그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미 통상당국 간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일본과 유럽 차 대비 높은 관세 부담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현대차·기아는 연간 수조원대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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