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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더 센 노란봉투법 끝내 강행, 벼랑끝 선 기업 밀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8 18:41

수정 2025.07.28 21:54

공장 해외 이전 놓고도 파업 가능해
주요 결정들 모두 노조 허락받아야
김주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제1차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주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제1차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7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못 박고 강행 처리에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8일 고용노동부와 비공개 실무협의를 가진 뒤 바로 법안 소위를 열고 본격 심사에 착수했다. 여당과 정부는 내달 4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영에 독소가 되는 조항이 한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제 성장판이 닫히고 있는 위급한 국면에서 이렇듯 막무가내로 기업을 옥죄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업체들이 과거 우위를 점했던 산업은 지금 대격변기에 놓여 있다. 중국발 저가 공습에 기존 주력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없이는 생존이 힘든 상황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발 관세전쟁에 기업의 미래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미국 측과 합의에 성공했다.

국내 협상팀은 8월 1일 관세부과 시한 전날 마지막 담판을 짓는다. 자칫 우리만 25% 관세를 무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 못한다. 바람대로 협상이 잘 된다 해도 상호관세 15%도 기업엔 큰 부담이다. 이 파고 뒤엔 품목별 관세도 남아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주 후엔 반도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엔 직격탄이다.

정부와 여당이 기업의 우군이 돼줘도 모자랄 텐데 우군은커녕 노란봉투법으로 기업들을 옥죄고 있으니 기가 찬다.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정부에서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수차례 밀어붙였지만 매번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법안이다. 불법파업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요구를 원천 금지하는 것이 골자였다. 기업 방어권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파업과 소송에 시달리다 심대한 경영상 피해를 볼 우려가 컸다. 이런 이유로 무산됐던 법안이 노총 위원장 출신 노동장관과 노동계 지지층을 외면하지 못하는 여당에 의해 되살아난 것이다.

더군다나 정부·여당이 현재 추진 중인 법안은 폐기됐던 법안보다 더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해 노조가 주요 경영 현안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 대표적이다. 이대로라면 기업의 투자결정, 해외 사업장 이전 같은 고도의 경영상 판단도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영계는 기업 주요 의사결정을 모두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발한다. 당연한 지적이다. 노조와 줄다리기를 하다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법안이 아닐 수 없다.

사용자 범위 확대 조항도 논란이 많다.
하청기업 노동자가 원청기업 사업주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는데, 하청업체가 수천개인 기업은 교섭에 응하느라 정상 경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정부는 내렸던 법인세를 다시 올리고, 집중투표제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을 이렇게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면 성장은 요원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