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에 강한 中企
혁신·성장·인적자원 필수
우물안 개구리 절대 안돼
혁신·성장·인적자원 필수
우물안 개구리 절대 안돼
강한 중소기업은 자기만의 분야에 집중하여 세계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달성한 강소기업을 지칭한다. 강소기업은 일반 중소기업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으며 그 조건은 크게 혁신성, 글로벌, 성장성, 인적자원의 네 가지로 구분된다.
강소기업의 혁신성은 '기술적 수월성'으로 집약된다. 원자현미경(AFM)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파크시스템은 세계 1위의 명성을 자랑한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하며 정밀계측이 가능한 원자현미경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2015년 상장 당시 8000원대였던 주가가 30만원대까지 꾸준히 상승, 국내 주식시장에서 찾아보기 드문 '장기우상향' 종목으로 평가받는다.
혁신성이 인정받고 선택되는 기준은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국내 시장에 갇힌 '우물 안 개구리'는 절대로 강소기업이 될 수 없다. 원격 솔루션 전문기업인 알서포트는 창업 초기부터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하였다. 고객의 요구가 특별히 까다로워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에 역점을 두어 제조업의 디지털전환, 스마트팩토리, 인공지능(AI) 트렌드에 맞춰 운영기술 네트워크에 주력함으로써 일본 클라우드 기반 원격 솔루션 시장 1등을 차지하였다. 일본시장에서 검증된 품질과 성능을 기반으로 동남아, 중국, 유럽으로 확장을 추진하여 소프트웨어 회사로는 드물게 매출의 60%를 글로벌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혁신기술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의 성과는 성장성으로 귀결된다. 성장성은 단순한 매출성장을 넘어 성장잠재력, 지속가능성, 회복력, 생존력을 포괄한다. 반도체 사업은 시장수요의 기복이 심하여 수급의 괴리가 크고 물량과 원가 경쟁이 치열해 변동성이 높은 분야이다. 차세대 기술에서 조금만 뒤처져도 치명타를 입어 도태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반도체 사업에서 지난 25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성을 보여온 팹리스 반도체 강소기업이 제주반도체이다. 제주에 본사를 둔 제주반도체는 대기업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산하지 않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저용량 메모리 기술에 특화하고, 고객포트폴리오를 글로벌로 다변화하여 수출 비중이 90%에 이른다. 시장상황이 악화하여 매출액이 2021년 1933억원에서 2023년 1459억원으로 급감하였지만 2024년에는 1623억원으로 반등하는 회복력을 보였다.
강소기업의 역량을 좌우하는 전제조건은 인적자원이다. 27세 약관의 청년창업가가 2009년 1인 기업으로 설립한 아이엘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실리콘 소재 기반의 광학렌즈를 조명, 자동차, 의료, 철도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며 현재는 약 2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유연근무제와 자율근무제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회사의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하여 보상하고 있다. 인적자원에 과감한 투자를 이행하고 건강한 조직문화와 안정적 근로환경을 조성해 장기근속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3개년 평균 이직률이 2.75%로 나타났다.
강소기업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대기업과 맞붙어 경쟁하며 성장하는 중소기업이다. 이런 강소기업이 많아져야 국가경제가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가 풍부하게 창출될 수 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다수의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중소기업 정책이 모아지기를 희망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前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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