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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업실리콘밸리] 2007년 4월, 그리고 2025년 7월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9 18:22

수정 2025.07.29 18:22

홍창기 실리콘밸리 특파원
홍창기 실리콘밸리 특파원
지난 2007년 4월 2일. 한국과 미국은 극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했다. 무려 14개월, 427일간의 지루한 협상의 끝에서였다. 한미 FTA 협상은 미국 워싱턴DC를 비롯해 서울과 제주 등지에서 10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협상 타결 직전이었던 마지막 8차 협상은 서울에서 열렸다. 한미의 담판이 성사된 것이다.



당시 한미 FTA 협상 김종훈 수석대표와 미국의 웬디 커틀러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간의 긴장감 넘치는 협상 과정이 주목받았다. 한국과 미국이 3월 26일부터 매일 밤샘 협상을 했기 때문이었다. 협상 타결까지 한미 양측에 주어진 시간은 3월 말까지였다. 미국 협상단이 7월 1일로 예정된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만료 90일 전까지 미 의회에 협정 체결의사 여부를 통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당시 한미의 최대 이견은 한국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였다. 지난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BSE) 사태가 발생한 후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했다. 당시 미국은 FTA 협상 타결의 전제 조건으로 한국의 쇠고기 시장 완전 개방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미는 쇠고기 문제를 놓고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이 자동차와 섬유 분야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전략을 펼쳤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며 한미 FTA 협상 최종 타결로 이어졌다.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둔 극적인 타결이었다.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이끌어 냈던 김 수석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협상 타결 직전 마지막 48시간은 잠을 잘 수도, 식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한미가 치열한 '밀당'을 계속해서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무역협상은 2007년 FTA 협상 때와 비슷한 측면이 여럿 있다.

우선 협상 타결 데드라인이 매우 임박해 있다. 촉박했던 협상 시한은 당시 한미 FTA 협상단에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했다. 이번 한미 무역협상에서도 협상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 한국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들고 있다.

또 이번 한미 무역협상에서도 2007년 한미 FTA 협상 때처럼 한미 간 의견차가 매우 크다. 2007년 한미 FTA 협상 때 미국이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한 것처럼 말이다. 올해 한미 무역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에 막대한 대미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일본(5500억달러)이나 유럽연합(EU·6000억달러) 수준의 투자를 원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국이 생각하고 있는 1000억달러+α와 상당한 차이다.

한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한국은 8월 1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미국과 협상을 주도하는 부처의 장관이 영국 스코틀랜드까지 날아가서 미 상무부 장관을 찾아갈 정도로 매우 급박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과 EU는 일찌감치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고 느긋하게 한국의 협상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협상 타결을 원한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 미국 무역협상을 이끌고 있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미국과 일본의 무역협상 타결 후 한국 측이 욕설이 들릴 정도로 반응했다며 한국이 부러워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말할 정도다.


한국은 미국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카드를 내밀면서 협상 타결을 노리고 있다. 미국에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로 명명한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만약 은퇴한 2007년 4월 한미 FTA 협상 타결 주역이 현재의 한미 무역협정 협상단에 해줄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 '줄 것과 지킬 것을 명확하게 나눴고 지켰다', 그리고 '상대방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솔직한 대화로 협상 타결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가 아닐까 싶다.

theveryfirst@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