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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수치” 남동생 살해한 누나, ‘이 병’ 때문이었다.. 인도의 '비극'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30 10:27

수정 2025.07.30 11:07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연합뉴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인도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남동생을 살해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9일(현지시간)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남부 카르나타카주에 사는 A씨(23)는 지난 23일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수술 전 혈액 검사에서 HIV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의료진은 지난 25일 A씨 누나인 B씨(25)에게 남동생의 감염 사실을 알리면서 전문 병원에서 치료받을 것을 권유했다. B씨는 남동생을 벵갈루루에 있는 병원으로 데려가겠다며 남편(38)과 함께 퇴원시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A씨가 사망했고, B씨는 남동생이 이동 중에 갑자기 숨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례를 치르던 중 마을 주민들이 A씨 목에 난 의심스러운 자국을 발견한 뒤 다른 가족에게 알리자 B씨는 아버지에게 범행을 자백했다.

NDTV는 현지 경찰 발표를 인용해 B씨가 가족 명예를 지키기 위해 범행했다고 보도했다. 아버지의 신고를 받은 현지 경찰은 살인 혐의로 B씨를 체포했으며 범행에 가담한 뒤 도주한 그의 남편을 쫓고 있다.

B씨는 현지 경찰 조사에서 "남동생이 HIV 양성 반응을 보인 사실을 알게 된 후 남편 도움을 받아 살해했다"며 "감염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들이 수치심을 느끼고 친척과 마을 주민들로부터도 배척당할까 봐 겁났다"고 진술했다.

집안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명예살인은 인도와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를 비롯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한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5000명가량이 명예살인으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앓는 부모님이 감염될까 봐 걱정됐다며 남동생이 많은 빚을 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B씨 아버지는 재산 문제로 딸이 남동생을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IV, 인체 면역을 무너뜨리는 바이러스

HIV는 사람의 면역 체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의 원인 병원체다. HIV에 감염되면 체내 면역 세포 중 하나인 CD4+ T세포가 점차 파괴돼, 인체가 각종 감염병이나 암에 취약해진다.

HIV는 주로 감염자의 혈액, 정액, 질 분비물, 모유 등을 통해 전파되며, 대표적인 전파 경로로는 성접촉, 오염된 주사기 사용, 감염된 혈액 수혈 등이 있다. 산모로부터 아이에게 감염되는 수직 감염도 가능하다.

HIV 감염 초기에는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후 수년간 무증상 상태가 지속되기도 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면역력이 점차 약해져 구강 칸디다증, 폐렴, 대상포진 등 기회 감염이 발생한다.

질병이 악화돼 AIDS 단계로 진행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이나 악성 종양 등의 중증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HIV는 아직 완치법은 없지만, 현재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를 통해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고 면역 세포 수치를 유지할 수 있어 적절한 치료와 꾸준한 약 복용을 통해 감염자의 기대 수명도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까지 연장될 수 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