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전 남편 폭행' 튀니지 여성 난민신청 거부…대법 "심사 대상"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30 15:26

수정 2025.07.30 15:25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라 할 수 없어"
대법, '원고 패소' 원심 파기환송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전 남편의 지속적인 폭행에도 자국 경찰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튀니지 여성의 심사를 거부한 출입국청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튀니지 국적 A씨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8월 의료 사증(비자)으로 튀르키예에 입국해 체류하다가 같은 해 11월 한국에 들어왔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보고 A씨를 입국재심실로 안내했다.

이후 A씨는 "튀니지에서 전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심각한 폭행을 당해 이혼했고, 이혼 후에도 계속해서 폭행과 협박을 당했지만 튀니지 경찰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출입국청은 '박해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출입국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난민인정 신청 사유로 주장하는 '이혼한 전 남편에 의한 괴롭힘'은 사인에 의한 것으로, 본국 국가기관에 보호를 요청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가 경제적 이유로 한국을 찾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난민법 시행령상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를 충족하기 위해선 △난민신청자가 한국 출입국항 도착 이전까지 거쳐 온 국가에 재입국할 수 있음이 보장돼야 하고 △그 국가에서 난민 인정 신청을 할 경우 공정하고 실질적인 난민인정 심사를 받고 불복 기회가 부여되며 △난민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난민으로 인정돼 국제 기준에 상응하는 지위와 처우가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대해서도 "주요 사실에 관한 주장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 있거나, 객관적 자료와 현저히 배치되는 등 난민인정 신청의 이유 없음이 명백히 드러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며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 비로소 그 주장의 이유 없음이 밝혀질 수 있는 경우라면,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전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폭력과 괴롭힘을 당했고 튀니지 당국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에 심각한 모순이 있다거나, 기록에서 이를 믿을 수 없음이 명백히 드러난다고 볼 정도의 객관적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