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밸류업과 사회적 책임 사이… 은행권 '생산적 금융' 셈법 복잡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30 18:20

수정 2025.07.30 18:20

첨단산업 위한 100조 펀드 등
정부, 생산적 투자 압박 강화
금융당국 건전성 규제 개선 강조
"얼마나 풀어줄지 의문" 지적도
밸류업과 사회적 책임 사이… 은행권 '생산적 금융' 셈법 복잡
은행권을 향한 정부의 '상생' 요구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소상공인이 은행 종노릇한다'며 질책하자 4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비용을 부담했고, 새 정부에서는 배드뱅크 재원 마련에 이어 100조원 펀드 조성에도 돈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자놀이'가 아닌, 생산적 금융을 강조한데 이어 금융당국까지 압박에 나서면서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배드뱅크의 재원 부담 방식을 두고 은행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캐피탈, 보험 등 업권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비은행권 금융회사들은 은행이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부담 규모도 커야 한다는 입장이고, 은행들은 이미 부실채권 매각 과정에 돈을 낸 만큼 과도한 부담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RWA)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기술이나 성장 가능성을 이유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투자할 경우 RWA가 올라가고, 해당 금융회사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하게 된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산하 금융회사들이 연결 기준 CET1을 12%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금융지주는 또 '코스피 5000'을 달성하기 위한 밸류업에 발맞춰 CET1을 13%대로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28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융권 협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이 시중자금의 물꼬를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이고 새로운 영역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며 펀드 조성을 간접적으로 압박하자 은행권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회사가 생산적 투자에 나서는데 장애가 되는 법, 제도, 규제, 회계와 감독관행 등을 전면 재검토해 과감하게 바꾸겠다"며 "시대 여건에 맞지 않는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업권별 규제를 살펴보고 조속히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투자, 생산적 금융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금융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고 짚었다. 2018년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중심으로 금융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해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등이 아닌, 창업·벤처기업 같은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흐르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문제는 RWA"이라며 "엄격한 규제로 지금도 다른 투자가 어려운데 대출은 내줄 수 있지만 '원금을 잃을 수 있는' 투자를 하라는 상황에서 RWA 규제를 얼마나 풀어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대출 위주의 영업방식을 넘어 생산적 금융에 나설 수 있도록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첨단산업과 벤처투자 등 생산적 금융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