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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자연 그대로… 골퍼 버킷리스트 코스 즐비 [이지연의 클럽하우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30 18:24

수정 2025.07.30 18:23

이재술 전 딜로이트 안진 회장
(3) 골퍼들의 성지 아일랜드
디오픈 열렸던 '로열 포트러시'
세계 100대 코스 1위에 단골
천상의 코스 '올드헤드 링크스'
모든 홀에서 대서양을 한눈에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GC에서 이 전 회장이 티샷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GC에서 이 전 회장이 티샷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이지연 골프칼럼니스트(스포츠교육학 박사), 사단법인 골프인 이사장
이지연 골프칼럼니스트(스포츠교육학 박사), 사단법인 골프인 이사장

아일랜드는 대한민국에서 강원도를 뺀 작은 면적(84,421㎢)이지만 세계 골프계에서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아일랜드(530만 명)와 북아일랜드(192만 명)를 합쳐 인구 724만 명에 불과하지만 메이저 우승자를 5명(파드리그 해링턴, 세인 로리/이상 아일랜드, 로리 매킬로이, 그레이엄 맥도웰, 대런 클라크/이상 북아일랜드)이나 배출했다.

아일랜드(494개)와 북아일랜드(92개)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586개의 골프장이 있다. 그렇다고 기후가 좋은 편도 아니다. 연중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많이 내린다.

날씨뿐만 아니라 골프장도 험하다. 대서양을 낀 험준한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링크스 코스에 서면 비바람과 억센 러프, 벙커에 맞서야 하는 난코스가 펼쳐진다.

거친 자연 그대로인 이곳에는 골퍼들의 버킷리스트인 골프 코스들이 즐비하다. 북아일랜드의 험준한 해안선을 따라 들어선 로열 포트러시GC는 지난 21일 막을 내린 디오픈으로 전 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코스 1위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는 북아일랜드의 로열 카운티 다운은 골퍼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할 골프장으로 손꼽힌다.

아일랜드 킨세일의 해안을 따라 펼쳐진 올드 헤드 링크스는 아일랜드의 자연을 그대로 담은 세계적인 코스다. 1997년 개장해 비교적 역사가 짧지만 전 세계 골프 매체들에 의해 세계 100대 코스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재술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66)도 올드 헤드 링크스의 매력에 빠져 세 차례나 이곳을 찾았다. 그는 "혹처럼 튀어나온 둥근 만 위에 들어선 골프장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자연 그대로의 코스 레이아웃과 모든 홀에서 대서양을 바라볼 수 있는 천혜의 환경 속에서의 라운드는 이제까지의 경험 중 가장 특별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대서양을 따라 100m 높이의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시그니처 홀인 4번 홀(파4)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 중 하나로 꼽힌다. 올드 헤드가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미국),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스코틀랜드)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 중 하나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이 전 회장은 "한 번은 라운드 중 미국인들을 만났는데, 아일랜드의 여러 코스 중에서도 미국 골퍼들이 가장 라운드를 원하는 곳이 올드 헤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페블비치는 저리 가라'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며 "인위적으로 예쁘게 꾸민 요소 없이도 그 자체로 자연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는 코스가 올드 헤드다. 대서양의 바람을 맞으며 링크스 코스 특유의 거친 자연 속에서 라운드를 하다 보면 장엄한 기분까지 드는 곳"이라고 말했다.

링크스 코스는 몇백 년 동안 해안의 모래가 쌓여 식물이 제대로 자랄 수 없는 척박한 지형에 조성된 골프장이다. 고르지 않은 지형과 투박한 벙커,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모래 언덕, 코스 내에 드문드문 핀 식물이 '너무 황량하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모두 자연 환경을 최대한 이용해 지어진 까닭이다.

이 전 회장은 "링크스 코스의 특징은 '자연 그대로'라는 점이다. 코스도 자연 그대로이고, 비, 바람이 불면 자연환경에 순응해 플레이해야 한다. 그런 점들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고, 골퍼들에게 더 도전적인 플레이를 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링크스 코스 컨셉을 표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올드 헤드 링크스의 사례는 산을 깎고 계곡을 메우는 방식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골프장을 개발하는 한국 골프장의 현실과 오버랩된다.
설계가와 개발자가 좋은 지형을 찾아 원래의 지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특성을 갖춘 코스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자연을 빌려 쓰는 골프장인데 자연스러움이 없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인공으로 바위와 폭포를 만들고 예쁘게 조성하는 코스보다 골퍼들은 자연환경을 살린 자연스러운 코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지연 골프칼럼니스트(스포츠교육학 박사), 사단법인 골프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