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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갈 겁니다, 갈게요, 갈걸, 갈 걸 그랬어요

연합뉴스

입력 2025.07.31 05:55

수정 2025.07.31 05:55

[이런말저런글] 갈 겁니다, 갈게요, 갈걸, 갈 걸 그랬어요

본딧말이 있고 줄임말이 있습니다. 본딧말은 줄여서 본말이라 하고 줄임말은 줄여서 준말이라 합니다. 줄임말이 있으니 저 대척점에 늘임말이 있을까요? 그런 건 문법서에 보이지 않습니다. 말이란 게 쉽고 편한 것이 더 애용될 테니까요. 줄이면 줄였지 늘이는 어법은 부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짐작합니다. 들어가는 문장들에 것, 건, 게를 꽂아 넣은 덴 이유가 있습니다.

[것]을 중심으로 준말 감각을 익히자는 뜻입니다. 신문 기사 제목에서 '무용(無用)한 걸 쓸모 있게' 하는 표현을 보았습니다. 폐자원 재활용을 소재로 다뤘습니다. '것'과 '을'이 만나면 [것을]인데, 이를 줄여 [걸] 합니다. 무용한 것을 '용'(用)하게 한다는 의미를 신문은 제목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다른 말에 기대어 쓰이는 의존명사. 이에 붙어서 문법적 관계나 뜻을 돕는 조사. 이 둘이 만났을 때 각각을 그대로 쓰면 줄여서 쓰는 것보다 어문 분석과 이해에 도움이 더 됩니다. 그러나 줄여서 얻는 쉽고 편안함이 그것보다 낫다고 보기에 사람들은 자꾸만 줄이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것을(걸) 외에도 예는 많습니다. 의존명사를 포함한 체언에 조사가 붙는 본말과 준말 말입니다. 그것은 → 그건(다음부터 괄호 안 준말), 그것으로(그걸로), 나는(난), 나를(날), 너는(넌), 너를(널), 무엇을(뭣을/무얼/뭘), 무엇이(뭣이/무에) 같은 것들입니다. 이 중에서 표기와 띄어쓰기에서 혼선을 빚는 사례는 [것] 관련 준말이 서술부 영역에 놓일 경우입니다. 들여다봅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출처=연합뉴스)
표준국어대사전 (출처=연합뉴스)


갈 겁니다 하면 가다, 것, 입니다 구성입니다. '갈 것입니다'를 줄여서 '갈 겁니다' 합니다. '갈겁니다' 하지 않습니다. 또 '내가 그리로 갈 거야' 하는 것은 이것이 "… 것이야"의 준말이기 때문입니다. [너는 앞으로 좋은 시민이 될 거야] 하는 것도 "… 될 것이야"의 줄임이어서입니다. 그러나 갈게요에서 보이는 게는 의존명사 것하고 관계 없습니다. [-(으)ㄹ게], [-(으)ㄹ게요]가 덩어리로 어미입니다. 가다 어간에 붙어 '갈게요' 합니다. '갈 게요' 안 합니다. 갈걸 할 때 [-ㄹ걸]도 종결 어미입니다. 구어체로, 혼잣말에 주로 쓰입니다. 현재의 사실이 이미 알고 있는 바나 기대와는 다른 것임을 나타냅니다. 가지 않은 탓에 후회하는 겁니다. "갈걸" 하고요. 좋아하는 포도주 가격이 올랐다고 하네요. 인상 계획을 알았던 A는 아쉬워합니다. 몇 병 사 놓을걸, 하고요. 내일 시험이랍니다. A는 후회합니다.
공부 좀 해 둘걸, 하고요. 곁에 있던 B는 깐족댑니다. "후회하게 될 걸(것을) 참말로 모르셨나이까?" 하고요. 이에 A는 반성문을 읊습니다.
"공부할 걸 그랬어! 정말. 미리 좀 할걸". 본딧말로 할까요? "공부할 것을 그랬어! 정말. 미리 좀 할걸".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것이, 게 -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05768&pageIndex=1
2.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걸, 것을 띄어쓰기 - https://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278647&pageIndex=1&searchCondition=&searchKeyword=
3. 이화여자대학교 국어상담 걸 띄어쓰기 관련 - http://eomun.ewha.ac.kr/sub/sub05_01.php?mNum=5&sNum=1&boardid=qna&mode=view&idx=2320&goPage=&g_idx=
4.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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