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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쌀 모두 지켰다"..경쟁국보다 좋은 조건에 관세협상 타결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31 09:16

수정 2025.07.31 09:16

쌀 개방한 일본, 대량 무기구매한 나토보다 우월 조건 협상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기존 25%에서 15%로 타결된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미국 관세협상 타결 관련 뉴스가 송출되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기존 25%에서 15%로 타결된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미국 관세협상 타결 관련 뉴스가 송출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미 관세협상에 그동안 관건이 됐던 미국산 30개월령 소고기와 쌀의 전면개방을 막아내면서 선방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미국의 압박이 예상되는 미국산 무기 대량 구매 양보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 15%는 앞서 미국이 일본, 유럽연합(EU)과 합의한 상호관세율과 같다.

31일 대통령실은 긴급브리핑을 통해 한미 관세협상에서 미국산 30개월령 미국산 소고기, 쌀의 개방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고정밀지도, 방위비, 미국산 무기 대량구매 추가 양보도 없을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미국과 관세협상에서 쌀 시장을 개방한 일본이나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하기로 한 나토(NATO)에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31일 페이스북에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전략 다듬기를 반복한 끝에 오늘 드디어 관세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통상 합의에 포함된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는 양국 전략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협력 전용 펀드로 우리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트럼프 "이재명 대통령에게 축하하고 싶다"
이 대통령보다 먼저 한미관세협상 타결을 알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과 만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한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내용에 대해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대통령인 내가 선택하는 투자를 위해 3500억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로 한국은 1000억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한국의 투자 목적을 위해 큰 액수의 돈을 투자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액수는 향후 2주 내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올 때 발표할 것"이라면서 "난 새 대통령에게 그의 선거 승리에 대해서도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에 대한 15% 관세에 합의했다"며 "미국은 관세를 부과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늦어졌던 한미 정상회담 백악관에서 2주내 개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대표단은 오후 4시30분께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다.

정부 대표단은 오후 6시께 백악관을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6시16분께 SNS에 글을 올려 무역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과 합의하지 않으면 오는 8월 1일부터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으며, 한국 정부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별 관세를 낮추기 위해 미국 측과 협상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에서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별 관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에 대해 수익 배분 비율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일본이 제공하는 투자금을 에너지, 반도체, 핵심광물, 의약품, 조선 등 전략 산업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한국의 투자금도 이런 중점 분야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투자 규모의 경우 일본은 미국이 선정하는 사업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그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설명한 바 있다.

한국과 무역협상 체결 알린 트럼프 대통령의 SNS.
한국과 무역협상 체결 알린 트럼프 대통령의 SNS.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