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나뭇잎에서 전기가 나왔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31 11:09

수정 2025.07.31 11:08

고려대 화학과 윤효재 교수팀, 나뭇잎의 이온 제백 효과 밝혀내
나뭇잎 속 수분·이온이 온도차에 따라 이동하면서 전기 생산
공기 정화 효과가 있는 고무나무. 롯데마트 제공
공기 정화 효과가 있는 고무나무. 롯데마트 제공
[파이낸셜뉴스]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이 언젠가 우리의 스마트폰을 충전해 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고려대학교 화학과 윤효재 교수팀이 나뭇잎에서 별도의 가공 없이도 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나무에 붙어있는, 살아있는 나뭇잎에서는 약 45밀리볼트(㎷)가 만들어졌으며, 마른 나뭇잎에서는 최대 7볼트(V)의 전기가 만들어졌다. 이는 나뭇잎 속 이온과 물을 이용한 원리로, 식물이 고성능 에너지 변환 소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제1저자인 강훈구 연구원은 7월 31일 "나뭇잎이 스스로 열을 받아 전기를 만드는 '살아있는 열전 소자'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은 지금까지 주목받지 않았던 식물의 새로운 기능"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 생물학, 에너지 과학을 잇는 융합적 연구 패러다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연구진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무나무 잎에 주목했다. 식물들이 살아있는 동안 몸속에서 이온을 계속 움직인다는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연구진은 '그렇다면 이온들이 움직이면서 전기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먼저 나뭇잎을 1cm x 2cm 크기로 작게 잘라서 양쪽 끝에 전기를 통하게 하는 '전극'을 붙였다. 그리고 한쪽은 뜨겁게, 다른 한쪽은 시원하게 만들어주면서 온도가 얼마나 다른지 살펴봤다.

그결과 2도에서 10도 정도의 작은 온도 차이만 주었을 때, 나뭇잎에서 전기가 만들어졌다. 특히 나뭇잎이 신선할 때도 전기가 만들어졌지만, 나뭇잎을 '말렸을 때' 훨씬 더 많은 전기가 생겼다.

연구진은 탄소 테이프라는 것을 전극으로 사용해 말린 나뭇잎을 실험했다. 그결과 약 25도의 실온에서 나뭇잎이 열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을 나타내는 점수, 즉 '성능 지수(ZT)'가 5.6이나 나왔다. 이 수치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는 가장 높은 점수다.

심지어 4일 동안 바짝 말린 나뭇잎은 10도의 작은 온도 차이만으로도 휴대폰 배터리 하나를 충분히 충전할 수 있을 만한 7볼트(V)에 가까운 전압을 만들어냈다. 연구진은 "나뭇잎을 말리면 표면에 특별한 막이 생겨 전기가 더 세게 만들어지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잘라낸 나뭇잎이 아니라 '살아있는 나뭇잎'에서도 전기가 만들어졌다. 연구진은 살아있는 나뭇잎에 전극을 붙이고, 햇빛 같은 빛을 쬐어 나뭇잎에 온도 차이를 만들어줬다.

그결과, 나뭇잎이 상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면서도 8도의 온도 차이에서 꾸준히 약 45밀리볼트(㎷)의 전기가 계속해서 만들어졌다.

이는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나뭇잎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착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 유명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