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尹 강제구인 거부할 경우 뾰족한 수 없어
특검팀, 강제구인에 힘 쏟을 전망
특검팀, 강제구인에 힘 쏟을 전망
[파이낸셜뉴스]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검)이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다.
문홍주 특검보는 다음달 1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오전 9시 서울구치소에 방문한다고 31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두 차례 소환조사에 불응한 윤 전 대통령이 향후 소환조사에도 불응할 염려가 있다는 취지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특검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문 특검보는 검사 1명, 수사관 1명을 대동해 서울구치소로 향한다. 구치소에 도착한 특검팀은 서울구치소의 협조를 얻은 뒤 윤 전 대통령에게 먼저 임의 출석을 권유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이 이전까지 출석에 불응했지만, 강제구인 조치를 앞두고 입장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자진해서 출석에 응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이렇게 되면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수감된 방 앞에서 교도관들을 지휘해 강제구인에 나서게 된다. 문 특검보는 "실제로 집행하는 교도관"이라며 "구치소의 도움을 얻어 인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들 입장에서는 실제로 구인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에 변호사 선임계를 비롯한 어떤 의견서도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사실상 특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윤 전 대통령 측이 줄곧 주장해온 건강 상의 이유가 영장 집행 과정에서도 다시 한번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10일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은 당뇨 등으로 인한 거동 불편과 눈 지병 악화로 인한 시야 제한을 주장하며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조은석 특검)의 세 차례 강제구인과 내란 재판 출석을 거부해 왔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날 "대학병원 진단에 의하면 윤 전 대통령은 주기적으로 안과시술을 받고 있었지만 석 달째 시술을 받지 못하면서 실명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외관상 거동이 가능하다는 것과 달리 여러 기저 질환으로 건강 유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사와 재판에 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더라도 인치할 예정이다. 문 특검보는 "건강 문제는 저희가 따로 의견을 전달받은 바 없다"며 "확인한 바로는 건강에 크게 문제없는 것으로 전해 듣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구인에 성공할 경우, 특검팀은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피의자인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하면서 공천 개입 의혹 수사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명씨가 이날 오전부터 특검팀의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특검팀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명씨, 김혜경씨로부터 확보한 증거와 진술 등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에게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았는지 △이에 대한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는지 등을 추궁할 전망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과 명씨의 대질심문은 바로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다.
강제구인 집행에 성공한다고 해도, 윤 전 대통령이 조사실에서 진술 거부권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특검팀의 또 다른 걸림돌이다. 특검팀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점쳐지는 이유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중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명태균씨로부터 81차례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고, 대가로 같은 해 보궐선거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공천하는데 개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외에도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총선에서 김상민 전 부장검사의 공천을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한 발언(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도 특검팀은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후부터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날 구속된 윤 전 본부장은 지난 2022년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김건희 여사 선물용 명품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전달한 후 교단 관련 현안 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탁 내용에는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사업 지원, 통일교의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거론됐다. 사건이 특검팀에 이첩되기 전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물건을 받은 것은 맞지만 모두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번 조사에서 △전씨에게 김 여사 선물을 전달하며 청탁을 했는지 △청탁을 했다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통일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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