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현장클릭] 소상공인 지원 ‘낮게 좁게 깊게’

최혜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31 18:07

수정 2025.07.31 18:07

최혜림 기자
최혜림 기자
"아무리 귀한 물도 고공에서 뿌리면 단비가 아니라 한낱 물안개에 불과하죠."

최근 만난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갈라진 땅을 적시려면 낮은 높이에서 집중적으로 물을 뿌려야 한다. 높은 곳에서 전방위로 흩뿌리면 무용지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게 단비인지 물안개인지, 무언가 떨어지기는 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으로 떠들썩하다.

'담배 사재기', '꼼수 중고거래' 등도 기승이다. 소비쿠폰 소식을 접한 뒤 씁쓸해하던 소상공인들이 떠오른다. 쿠폰 지급 첫날 방배동에서 만난 미용실 사장은 요새 사람들이 염색도 집에서 할 정도로 돈을 아낀다고 한탄했다. 쿠폰을 받아도 영세 가게에는 오지 않을 것이고 손님이 늘어도 잠시뿐이라며 울상이었다.

물론 쿠폰으로 경기가 잠깐 되살아날 수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코로나 팬데믹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소비 증대 효과가 30% 정도 있었다고 발표했다. 소비쿠폰 소진 기한이 11월 30일까지이므로 이 기간동안 소비가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코로나 때 사람들이 지원금으로 소비를 대체하고 월급을 저축해 장기적인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때뿐'이라는 한계가 명확하다면 우선순위를 현명하게 정해야 한다.

지난해 '폐업 100만'을 경험한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전 국민 지원이 아니라 폐업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카드론 대출규제 완화와 채무 경감 프로그램, 중도 상환 수수료 인하 등이 방법이다. 월세·전기료와 같은 고정 비용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궁극적으로 일회성 쿠폰 지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소비 진작 정책이 절실하다. 15%인 신용카드 소득 공제율을 전통시장에서 결제할 때처럼 40%로 높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이 고정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을 줄여주면 소상공인 사업장을 방문하는 빈도 역시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1차 소비쿠폰 지급에 이어 2차도 계획 중이다. 2차 때는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전부 10만원씩 받게 된다고 한다.


소상공인들은 쿠폰 효과라는 잠깐의 변수보다 안정적인 사업장 운영이라는 상수를 꿈꾼다. 같은 돈이라도 5000만 전 국민에게 뿌리면 물안개에 불과하지만 500만 소상공인에게 집중적으로 내리면 단비가 된다.
소상공인들이 단비를 맞을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을 기대해본다.

kay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