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한미 협상 타결, 독소조항·이해득실 꼼꼼히 따져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31 18:37

수정 2025.07.31 18:37

투자펀드 수익 등에서 한미 시각차
美 추가요구 가능성 등에도 대비를
한국과 미국의 상호관세 협상이 15%로 타결됐다. 이는 미국이 기존에 예고한 25%에서 10% 낮아진 것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관세율은 15%로,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 50%를 유지하기로 했다. 국내 쌀·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기 않기로 했다. 사진은 31일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사진=뉴스1
한국과 미국의 상호관세 협상이 15%로 타결됐다. 이는 미국이 기존에 예고한 25%에서 10% 낮아진 것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관세율은 15%로,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 50%를 유지하기로 했다. 국내 쌀·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기 않기로 했다. 사진은 31일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사진=뉴스1
한미 무역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협상을 끌어간 것에 비해 상당히 선방했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면적이고 완벽한 합의"라고 평가했다.

협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국의 상호관세율은 25%에서 15%로 인하됐다. 이 수치는 앞서 무역협상을 타결한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이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 EU와 경쟁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15% 관세 수준에서 합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의 실력으로 충분히 해볼 만한 합의 결과다.

하지만 이번 한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모두 걷혔다고 생각하는 건 섣부르다. 한미 협상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이번 한미 협상 합의문 속에 숨겨져 있는 독소조항과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피해가 올지 이해득실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먼저 농업 분야의 경우 소고기와 쌀 시장을 지켜낸 것은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기타 농산물 분야에서는 상당한 양보가 불가피하다.

우리의 축산물과 쌀 시장을 지켜낸 대신 반대급부로 내줘야 하는 영역을 종합적으로 따져 국익에 얼마나 손익이 발생할지 정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미국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다.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투자는 정부와 공기업이 참여하는 동시에 민간기업의 투자액도 포괄된 개념이다.

대미투자는 우리 경제에 양날의 칼과 같이 작용할 것이다. 물론 대미투자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고, 미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진출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아울러 긴 호흡으로 볼 때, 중국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 가는 흐름 속에서 한미 간 경제동맹을 굳건히 함으로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국익 측면에서 이로운 점이 분명히 있다.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기회비용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막대한 투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투자여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국내 산업의 공동화가 가속화될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국내 생산시설에 투자가 집행되어야 유동성이 원활히 돌아가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미투자에 따른 수익배분 문제도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할 대목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의 대미 투자펀드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수익 90% 가져간다'는 언급은 재투자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만약 미국 측의 주장이 맞는다면 대미투자는 미국에 대한 일방적 지원에 가깝다. 자본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엇갈린 해석은 향후 심각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조건과 수익배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고, 축배를 들 때는 더더욱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냉철해야 한다.
협상의 구체적 내용을 재점검하면서 후속 논의 단계에서 실용주의에 입각한 국익의 관철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