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경찰관이 고소당한 아들의 사건 기록을 열람하고 '구속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것은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씨는 경기도 포천경찰서 청문감사관으로 재직하던 2020년 9월 23일 자기 아들이 고소당하자 수사과 행정관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받아 검사의 수사 지휘서 등에 구속 등 신병에 관한 수사지휘 내용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아들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이 씨는 아들에게 "고소인이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처럼 구속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았고 검사 지휘 내용에도 구속 얘기가 없어 구속될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1심과 2심은 이 씨가 한 말은 수사 지휘서 내용과 무관해 이와 관계된 수사 상황을 누설했다고 볼 수 없고 그 내용이 공개된다고 해서 수사 목적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검사의) 수사지휘서는 당시까지 진행된 수사 내용뿐만 아니라 향후 수사의 진행방향까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수사기관의 내부 문서"라며 "검사가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처리에 관해 수사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시 검사가 구속수사를 고려하고 있는지 등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 충분히 추단할 수 있는 정보로서 수사 지휘서 내용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또 "경찰관인 피고인이 소속 경찰서에서 자기 아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사건 기록을 건네받아 수사 지휘서 내용을 확인한 다음 그 내용을 아들에게 알려준 것은 그 자체로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함으로써 적정한 형벌권 실현에 지장이 생길 우려도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씨의 행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이 "공무상 비밀누설죄에서 '직무상 비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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