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 남성이 어깨 통증을 운동으로 인한 단순 근육통으로 여겼다가, 몇 달 후 전신 마비에 이른 사연이 전해졌다. 진단명은 '랍도이드 종양으로 주로 유아에서 발병하는 고악성 희귀암이다. 소아암이 성인에서 발생한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영국 매체 미러 등 보도에 따르면 2023년 가을, 켄트에 거주하던 30세 남성 알렉스 에이블은 운동 후 생긴 어깨 통증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수 개월 후 그는 성인에게는 극히 드문 랍도이드 종양을 진단 받았다.
알렉스는 종양 절제술, 방사선치료, 항암요법 등 가능한 모든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병은 끊임없이 재발했다. 현재는 전신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의료진은 결국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주로 3세 이하 영유아에게 발생하는 희귀 암
랍도이드 종양은 주로 3세 이하 영유아에게 발생하는 희귀한 암이다. 이 종양이 뇌와 척수 같은 중추신경계에 생기면 AT/RT(비정형 기형-횡문근양 종양)로 분류된다. 신장, 간, 척추 주변 등 다른 신체 부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성인 발병은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유럽에서도 10건 내외로 보고된다. 특히 척수 인접 부위에서 발병한 경우는 그 수가 더 적다.
성인의 경우 근골격계 통증이나 운동 후 염좌로 오인되기 쉽고, MRI 등 영상검사에서도 초기에는 종양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진단은 주로 면역조직화학 염색을 통해 INI1 단백 발현의 결손 여부를 확인하거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일반적인 영상의학적 진단만으로는 판별이 어려워 진단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성인에서는 치료 반응이 낮은 소아 기준 치료 방법
현재까지 알려진 치료법은 소아 기준으로 수립된 다중 병합 치료 전략이 중심이다. 종양 절제술과 방사선 치료,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이 기본이다. 일부 환자에서는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고려된다.
하지만 성인에서는 치료 반응이 낮다. 특히 척수와 뇌 등 중추신경계를 침범할 경우 절제가 어렵고, 치료 후에도 빠르게 재발하는 특성이 강하다. 실제로 위 알렉스 사례에서는 종양의 90%를 절제했으나, 남아있는 종양은 척수와 신경에 밀착돼 있어 제거하지 못했다.
성인의 랍도이드 종양은 치료 가이드라인 자체가 부재한 상황이다. 대부분은 소아 임상에 기반해 성인에게 적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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