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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트럼프 '안보 청구서' 대응전략 짠다… 골프외교도 검토 [무르익는 한미 정상회담]

김경수 기자,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3 18:15

수정 2025.08.03 18:15

李대통령, 이번주 거제 저도서 휴가
1~2주내 열릴 한미정상회담 앞서
전작권 환수·미국산 무기 구매 등
시나리오별 대처 방안 마련 고심
李, 트럼프 '안보 청구서' 대응전략 짠다… 골프외교도 검토 [무르익는 한미 정상회담]

취임 이후 첫 휴가를 낸 이재명 대통령이 1~2주 내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돌출될 수 있는 각종 시나리오 대처방안을 휴가지에서 마련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밀 것으로 예상되는 안보 청구서는 방위비 인상과 미국산 무기 대량구매, 주한미군의 역할변경을 위한 '한미동맹의 현대화' 등이다.

또한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문제와 한미연합훈련 조정도 거론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4~8일 경남 거제 저도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안보 의제를 집중 탐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타결된 통상협상과 달리 안보 분야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



李, 트럼프 '안보 청구서' 대응전략 짠다… 골프외교도 검토 [무르익는 한미 정상회담]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3500억달러 규모의 펀드 투자금 내용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조선산업 재건 프로젝트 '마스가(MASGA)'도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휴가를 떠난 거제는 마스가를 이끌 한국 조선산업의 심장부가 있는 곳이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가 모두 이곳에서 첨단선박들을 건조 중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의제는 일부 공개됐다. 의제 조율을 위해 방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면담에서 주한미군 역할변경과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대만 문제도 거론됐다.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대만 문제 개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조 장관은 또한 미 백악관의 앤드루 베이커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남에서도 북한 문제와 한일·한미일 안보 논의를 가졌다.

8월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중단, 축소, 연기 등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 조정을 위해선 연합훈련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미국 측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한미연합훈련 중단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해온 바 있다. 북한과 대화에 나선 한미 양측이 적절한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휴가 기간에 열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된다.

이재명 정부에서 실세 장관으로 평가받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8월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조정에 대해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다"며 8월 첫 주에 NSC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아울러 국방부와 통일부의 입장이 다른 것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원팀이다. 통일부 따로 있고 국방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NSC 회의 장소는 항상 서울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출장지, 지방 등에서 NSC를 소집할 수도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의 휴가지에서 NSC 회의를 여는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NSC 회의 결과를 이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보고받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한미 정상 간 안보협상이 백악관이 아닌 골프장 회동에서 논의될 수도 있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첫 전화통화에서 골프 약속을 구두로 이미 잡은 바 있다. 골프장 회동이 워싱턴DC 정상회담 전후로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셈이다. 자칫 한미 갈등이 우려되는 안보이슈를 '골프외교'로 친밀하게 풀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어 대통령실은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한미 간 첫 정상통화 직후 "두 대통령은 각자의 골프 실력을 소개하고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라운딩을 갖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첫 휴가지로 선택한 청해대 대통령 별장에는 9홀 골프장이 마련돼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 골프외교를 추진한다면 청해대 골프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