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기동 등 잠수함·함정 대응체계 무력화
2027년 심해 350m 실사격 시험발사 예정
2027년 심해 350m 실사격 시험발사 예정
기술의 발달로 21세기 해전은 더 치열한 추격과 회피, 탐색과 기만이 교차하는 전장이 됐다. 바다 속에서도 음속에 가까운 속도가 승패를 가르는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이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초공동화 수중운동체'(초공동어뢰)는 이같은 해전 흐름에 한발 앞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 무기 체계다.
■전략적 억제력 확보, 게임체인저급 무기체계
3일 방위산업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초공동어뢰는 적 잠수함과 함정의 회피기동 등 방어대응 체계를 무력화하고 명중률을 높여 전략적 억제력을 확보하는 게임체인저급 무기체계다.
관계자는 오는 2027년 동해의 심해 350m 지점에서 전방향 추적 실사격 시험발사가 예정돼 있다.
신형 무인잠수정과 수상함과의 연동 실험을 눈앞에 둔 만큼 한국 해군이 2030년대 초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초공동어뢰는 3가지 핵심기술로 △초공동 생성 유지 기술을 통한 수중 마찰 저항 극소화 △초고속 상태에서의 직진 안정화 제어 기술 △수중 로켓추진 기관을 적용한 시험체 설계 및 제작, 시험을 통한 개발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고 전했다.
■25년의 연구년수, 7500억원의 예산 투입
초공동화 수중운동체 개발의 실마리는 공동(Cavitation, 空洞) 현상에 있다. 선박 후방에 달린 추진 프로펠러가 수중에서 동력을 전달받아 회전할 때 유체표면의 압력 변화에 따라 부분적으로 공기 방울이 생기는 현상을 가리킨다.
공기방울이 생기면 소음과 물리적 저항을 일으켜 에너지 효율성과 속도 저하를 유발해 많은 연구자가 공동 현상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점 해소를 위해 수중에서 물체의 앞쪽에서 공동을 일으켜 물체를 완전히 뒤덮는 공기터널을 만들려는 역발상으로 초공동(Super cavitation, 超空洞) 기술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공기 방울은 어뢰 등 유체가 바닷물과 직접 맞닿는 것보다 마찰, 즉 저항성을 감소시켜 에너지 효율성과 속도를 획기적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현상은 3단계로 △공기방울의 생성·파괴로 큰 소음을 발생시키는 '초기 공동(Initial Cavitation)' 단계 → △공동이 몸체의 일부를 덮고 불안정하게 팽창·수축하는 '부분 공동(Partial Cavitation)' 단계 → △공동이 몸체 전체를 충분히 덮는 '초공동(Super Cavitation)'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이 개발하는 초공동화 수중운동체는 지난 2023년 300mm급 시제 운동체를 특정한 조건, 상황에서 움직임을 관측하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당 로드맵은 25년의 연구년수가 소요됐으며, 지금까지 수백억원의 수준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공동어뢰 선도국, 단점 극복 못 해 주춤
초공동어뢰의 개발은 우리나라가 최초는 아니다. 러시아의 VA111-시크발이 1977년부터 시속 370km, 사거리 최대 15km의 사거리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시크발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무유도로 인한 정밀성 부족과 엄청난 소음의 한계에 막혀 방어 자폭어뢰로만 쓰였다. 처음 러시아의 시크발이 등장했을 때 각 나라의 해군은 이 어뢰를 어떻게 무력화시켜야 할지 큰 파문이 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그 이유는 한 번 발사하면 중간에 궤도 수정도 못 하고 발사하자마자 엄청난 소음으로 인해 바로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도 바라쿠다라는 초공동어뢰를 보유했다. 이미 2005년 5월 '바라쿠다'를 실용화해 약 432노트, 시속 800km를 상회하는 속도로 유도기동이 가능한 진일보한 초공동 어뢰를 공개했다. 이 어뢰는 유도 기술을 탑재했음에도 400km 수준의 속도를 보였지만 개발 중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발이 묶였다.
미국도 1990년대부터 활발히 연구·개발 중이며 독일과 공동으로 초공동 어뢰 전력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군에서는 1997년에 수중에서 최초로 수중음속(1500m/s 또는 3010노트)보다 빠르게 물체가 항주하는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후의 개발 진행현황에 대해서는 제한된 정보들만 공개됐으며, 미국 해군연구소에서 장기과제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다른 성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 소음·유도·사거리 등 핵심 문제 해결
우리가 집중한 지점은 속도와 유도 모두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이었다. 해수가스 혼합 KBT(Cavitation) 공학을 기초부터 쌓았다. 그리고 2014년 첫 공개 모형에서 목표 사거리를 100km로 정하고, 2017년 캐비테이터 자세 제어 실험을 추진했다.
이어 지난 2023년 300mm급 시제 채동의 침수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마침내 9단계 기술검증을 완료했다. 이번에서 내놓은 결과물은 세계 해군을 경악하게 만들 정도라고 알려졌다.
한국이 초공동 어뢰는 속도만 빠른 무기가 아니라 먼저 보고 끝까지 추적하는 지능형 타격체로 완성되고 있다. 이 어뢰가 완성되면 서해와 남해, 동해 삼면이 바다인 우리 영해 어디에도 상대국 함정은 우리의 허락 없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된다.
방산 전문가들은 기존 초공동 어뢰의 단점이었던 소음과 유도(목표물 탐지·지시·안내 기능)·방향전환, 사거리 등 핵심 문제 해결을 한국이 선점했기 때문에 개발이 완료되면 수조원 규모의 수출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한국 해군이 상대함대에 던질 새로운 경고는 나즈막이 "단 한 발이면 침몰한다"로 압축될 것이다. 적 잠수함과 함정은 타격받기 전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꿈의 어뢰가 바로 초공동어뢰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그 주도권을 쥐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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