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갖고 있는 주식부자에 대한 과세에 개미들이 왜 반대를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주식부자들로부터 세금을 걷어서 개미들에게 쓰면 좋은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세 대상 대주주인지 여부는 연말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대주주로서는 연말이 되기 전에 보유주식이 10억원 미만이 되도록 매각한 후 연초에 다시 취득하는 방법으로 이를 회피할 수 있다. 그리고 연말마다 대주주 주식 처분 물량이 대규모로 나오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양도소득 또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세수가 반드시 늘어난다고 볼 수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주가부양과 투자자 보호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혼란을 준 것이겠다.
이처럼 모든 정책은 사람의 마음을 얻고 그 행동을 예상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히 제도 변화로 사람들에게 어떠한 행동 유인, 즉 인센티브가 생기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제도 시행의 결과 발생하는 사후적 효과뿐만 아니라 제도 변화로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사전적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 사례를 예로 들자면, 대주주 기준을 낮춤으로써 더 많은 투자자가 과세 대상이 되니 세금이 늘어난다고 보는 것은 사후적 효과다. 그렇지만 원래대로라면 주식을 처분하지 않을 10억원에서 50억원 사이를 보유한 주주들이 제도 변화로 연말에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은 사전적 효과다. 사전적 효과를 고려하면, 주가 하락과 같은 과도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은 물론 세수 증대나 공평과세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올해 재계의 가장 큰 화두는 이사의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 규정 도입이다.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에는 이사들에게 자신을 뽑아준 지배주주의 이익보다 전체 주주의 이익을 추구할 인센티브를 주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충실의무 규정으로 인하여 업무상 배임죄의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고, 이사들의 리스크가 과도해지면 이사들의 장기적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 전체 기업가치를 늘릴 수 있는 유능하고 공정한 사람들은 이사직을 꺼리는 반면, 배임죄 리스크를 떠안고서라도 특정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사람들이 이사를 하려 할 위험성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제도 변화의 사전적 효과인데, 이로 인하여 전체 주주 보호와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본래 제도의 취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가 업무상 배임죄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충실의무 규정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상황에서 환영할 일이다. 이사의 행동을 사후적인 잣대가 아닌 의사결정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정교화하고, 불필요한 이사 책임 확대를 막기 위해 합병·유상증자와 같은 상황에서 이사의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올바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많은 좋은 정책들이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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