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와 가계부채 영향 분석
기대수명 증가세 정체되면 정점
청년층 인구줄어 정책 전환해야
기대수명 증가세 정체되면 정점
청년층 인구줄어 정책 전환해야
[파이낸셜뉴스] 앞으로 수년 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정점을 찍고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대 수명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중장년층이 지난 20년간 가계부채 비율을 끌어올렸는데, 초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가 이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 1·4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 빚(가계신용 잔액)은 1928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90.3%에 이른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인구구조 변화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수년 내 정점을 찍고 나서 추세적 하락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기대수명과 청장년층 인구 감소와 상관관계가 크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현재 84.5세에서 오는 2070년 90.9세로 증가하는데, 증가 속도는 점차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35개국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기대수명이 1세 증가할 때 가계부채 비율은 약 4.6%p 증가한다. 반면 청장년층 인구(25~44세) 비중이 1%p 감소하고 고령층 인구(65세 이상) 비중이 1%p 증가하면 약 1.8%p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추세라면 45년 후인 2070년 가계부채 비율은 현재보다 27.6%p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의 가계부채 증가는, 기대수명이 늘어난 중·고령층이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현금 등 금융자산을 모으려 하고, 청년층은 주택 구매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나타난 결과다. 이 과정에서 고령층은 자금을 공급하고, 청년층이 이를 빌려 집을 사면서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었다는 설명이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기대수명이 정체된 상태에서 고령층 비중이 증가하면, 경제 전반의 자금 공급 여력은 줄어든다”며 “청년층 인구도 줄어 가계의 자금 수요 역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03년부터 20년간 가계부채 요인별 기여도를 따져봤더니 상승폭은 33.8%p였다. 이 중 기대수명이 28.6%p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고, 인구 비중은 4.0%p였으며, 금융건전성 규제가 가계부채를 억제한 영향은 -2.3%p로 분석됐다.
김 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에 맞춘 가계부채 관리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계대출을 임의로 총량 목표로 관리하는 정책보다는, 차주의 상환 능력과 금융기관의 건전성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도 예외 조항을 줄이고, 시장금리보다 낮은 정책금융 공급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3.8%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중장기적으로는 GDP 대비 80%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다.
김 연구위원은 “DSR 예외 조항을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대출 목적과 상환 구조에 따른 리스크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책금융의 과도한 보증비율을 조정하고, ‘직무 및 성과 중심의 유연한 임금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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