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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들만의 세상’이 되지 않으려면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5 19:35

수정 2025.08.05 19:35

서민지 사회부
서민지 사회부
"당신 같은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겠어요? 좋은 집에서 태어나 비싼 돈 주고 로스쿨 다니고…."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서초동'에서 변호사 하상기는 상대 의뢰인으로부터 이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본인 의뢰인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변호사에 대한 울분을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하상기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로스쿨을 8년 만에 졸업한 인물이다.

저마다 사정이 다른 것처럼, 변호사라고 해서 모두가 '금수저'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의뢰인이 하상기에게 던진 말은 변호사라는 '기득권'을 향한 외침일지 모른다.

특히나 법은 복잡한 절차와 어려운 용어로 인해 쉽게 접근할 수 없어 정보 불균형이 큰 분야로 꼽힌다. 여전히 문턱을 넘기 어렵고, '법조 카르텔'이 유지되고 있어 법조계는 '그들만의 세상'처럼 여겨지곤 한다. 최근 만난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 선임에 돈 아끼면 안 돼요. 수임료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관 출신 혹은 대형로펌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즉시항고 포기, 체포영장 불발 등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도 씁쓸함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다.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는 것,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거부하며 '버티기'를 지속하는 것 등이 가능한지 몰랐던 데다, 이를 알았더라도 같은 잣대가 적용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법원은 지난 2013년 '적법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상 수사기관으로서는 신문을 위해 피의자를 조사실로 구인할 수 있다. 신문을 위해 피의자를 인치 내지 구인한 수사기관의 조치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물론 어느 선까지 물리력 행사가 가능한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어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까지 수차례 시도한 강제구인이 모두 실패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다른 피의자들도 비슷한 논리를 들며 '버티기'에 돌입해 수사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버티는 피의자에 대해 물리력을 동원해 구인할 경우 법 앞에서의 '불평등'을 재차 확인하는 셈이 될 것이다.
수사기관도, 사법부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헌법 11조와 법치주의를 지켜주길 바란다.

jisseo@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