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강도 이상 신체 활동, 정신적 탈진 막아
[파이낸셜뉴스] 직장인의 정신적 탈진(번아웃)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복잡한 치료나 약물이 아니라 ‘하루 25분의 운동’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강도 이상의 신체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면, 가벼운 움직임과 결합하지 않아도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조성준·김은수 교수 연구팀은 최근 2년간 직장검진을 받은 한국 직장인 7973명을 대상으로, 운동 습관과 번아웃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참가자의 약 15.8%인 1262명이 번아웃 상태였으며, 신체 활동량이 많은 그룹일수록 번아웃 유병률이 유의하게 낮았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이 최근 일주일간 수행한 운동의 강도와 시간을 조사하고, 정서적 탈진·냉소·업무 효능 저하 등 번아웃 핵심 증상을 평가했다.
운동 강도는 △가벼운 활동(걷기 등) △중강도 운동(가벼운 자전거·탁구 등) △고강도 운동(빠른 자전거·에어로빅 등)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25분 이상의 중강도 이상 운동’과 ‘하루 30~60분의 가벼운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 번아웃 위험이 무려 62%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강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전상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운동 유무만을 본 것이 아니라, 구체적 강도와 시간, 조합별 효과를 직장인의 실제 생활 환경에서 검토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일상에서 일부러 운동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마음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번아웃이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 스트레스가 아니라, 직업적 환경에서 생기는 만성적 탈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번아웃은 업무 효율 저하뿐 아니라 우울증, 이직 충동, 신체 건강 악화 등을 동반하며 개인과 조직 모두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과로와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연구팀은 “중강도 이상의 운동은 뇌에서 엔도르핀과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기분을 조절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여준다”며 “단순 걷기보다는 약간 숨이 차는 운동을 주 3~4회 이상 유지하는 것이 번아웃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직무 특성별·연령대별 운동 가이드라인을 추가 연구로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25년 6월호에 게재됐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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