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영부인 최초 포토라인 선 김건희..."심려 끼쳐 진심으로 죄송"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6 10:36

수정 2025.08.06 21:12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부터 5가지 혐의 추궁
심야조사 여부는 조사 상황에 맞춰 결정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검)에 출석했다. 전현직 대통령 배우자가 수사기관에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출석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김 여사는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특검팀의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특검팀이 수사를 개시한 지 35일 만이다.

김 여사는 오전 9시 32분께 사택인 아크로비스타를 출발해 특검팀이 통보한 시간을 넘긴 오전 10시 10분께 도착했다.

하얀 셔츠에 검정 치마와 자켓을 입은 모습이었다.

김 여사는 특검 출석 전 취재진과 만나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수사 잘 받고 오겠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에게 할 말씀 있는가', '명품 목걸이와 명품백은 왜 받았는가' 등 취재진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짧게 답한 뒤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갔다.

특검팀은 통상 진행하는 민중기 특검과의 티타임 없이 곧바로 조사에 돌입한다. 김 여사 측에서는 최지우·유정화·채명성 변호사가 입회할 예정이고, 특검 측에서는 부장검사급이 투입돼 치열한 공방전에 나선다.

이날 김 여사가 출석하는 특검팀 사무실 앞에는 지지자들이 뒤섞여 혼잡한 상황이 벌어졌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 측은 태극기와 'YOON AGAIN(윤 어게인)'이라 적힌 빨간 머플러를 두르고 "윤석열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대 측에서는 "양평고속도로 주가조작 김건희를 구속하라" 등을 외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김 여사는 전현직 영부인 중 헌정사 최초로 포토라인에 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배우자 이순자 여사가 지난 2004년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수사를 받았지만, 귀가 후 사실이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배우자 권양숙 여사도 지난 2009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다음날 사실이 드러났다. 김 여사는 지난해 7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현역 영부인 최초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으며 '황제 수사'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비롯해 특검법상 16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김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의혹으로 시작해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청탁 의혹, 반 클리프 명품 목걸이 의혹 순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조사를 위해 특검팀은 1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날 강도높은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16가지 이상 되는 가운데 특검팀은 핵심 피의자인 김 여사에 대한 진술을 확보해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혐의가 많고 관련 내용이 방대한 만큼, 특검팀은 향후 추가 소환일정을 조정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전직 대통령 부부로서 최초로 포토라인에 모두 서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검)의 두 차례 소환조사에 출석하며 포토라인에 섰다. 김 여사마저 포토라인에 서며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포토라인에 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3특검 모두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피의자로 보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 소환조사는 불가피해보인다.

김 여사 측은 진술거부권 없이 최대한 수사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서 전주(錢主) 역할을 했는지 △명태균씨로부터 김상민 전 부장검사 청탁을 추천 받았는지 △김 전 부장 공천을 위해 김영선 전 의원의 지역구 이동을 권유했는지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받은 물건의 행방과 청탁 내용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반 클리프 목걸이의 행방과 취득 경로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캐물을 전망이다.

이날 김 여사에 대한 심야조사 여부는 조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될 방침이다.
김 여사 측은 특검팀에 건강상 이유로 오후 6시 이전에 조사를 종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특검팀이 이를 거부한 상황이다. 다만 인권보호수사준칙상 김 여사 측 동의가 있다면 심야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사 속도가 더디거나 추가 조사 필요성이 보인다면 심야 조사 가능성도 있다.
특히 김 여사 측의 요구사항을 특검팀이 수용할 경우, 특검팀의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특검팀은 이러한 여론을 고려해 심야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