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직원들에게 "여성이 승진을 못하는 것은 유리천장 때문이 아니라 무능해서 그렇다"라고 비하 발언을 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이에 인권위에선 안 위원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원에게 "동성애자 아니죠?" 질문한 인권위원장
6일 인권위에 따르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 지부는 지난 7월 29일부터 내부망 자유게시판을 통해 안 위원장의 반인권적 언행과 부적절한 인권위 운영 등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안 위원장에 대한 제보 댓글은 130여 건, 구체적 내용이 담긴 제보는 40여 건 접수됐다.
관련 내용에 따르면 안 위원장은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집안일이나 돌봄에 특화돼서 능력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진을 못 한 것", "여성들이 승진을 못 하는 것은 유리천장 때문이 아니라 무능해서 그렇다" 등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
뿐만 아니라 안 위원장이 직원에게 "동성애자 아니죠"라고 물으며 성적 지향을 확인하려 하거나, "엘리베이터에서 여성 직원의 머리카락을 만졌다"는 등의 제보도 접수됐다.
이 같은 발언들은 안 위원장이 직원들과 식사할 때나 인권 의제에 대해 보고받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성적지향 확인하려는 의도 없었다" 입장표명 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안 위원장은 지난 7월 30일 내부망에 입장문을 게시했다. 그는 자신의 언행에 대해 "직원들의 성적 지향 등을 확인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차별금지법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언급하며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차원의 질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신체 접촉 의혹에 대해서는 "평소 직원들에 대한 격려, 친근감의 표현은 있었으나 신체, 외모를 비하하는 등의 부적절한 언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입장 표명에도 인권위 내부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정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장은 지난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직원들은 여성에 대해 이런 인식을 가진 분이 어떻게 인권위원장으로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분노를 많이 표출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도 안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바로잡기공동행동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안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안 위원장이 특정 종교를 향한 혐오 선동, 성적 지향 질문, 특정 국가 비하 등을 했으며 이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인간의 존엄과 가치, 양심·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장을 직권남용과 인권 옹호 업무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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