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덴마크의 한 관광지에 있는 인어 동상을 두고 '가슴이 너무 크다'면서 선정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덴마크 궁전·문화청은 코펜하겐의 옛 해상 방어시설 드라고르 요새 근처에 있는 인어 동상 '덴 스토레 하우프루에(Den Store Havfrue·큰 인어상)를 조만간 철거할 예정이다.
이 동상이 1910년대에 만들어진 문화유산인 드라고르 요새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곳곳에서 '추하고 포르노적이며, 남성의 여성상에 대한 뜨거운 환상'이라는 비판이 나온 영향이다.
예술 평론지 '폴리티켄(Politiken)'의 예술 비평가 마티아스 크뤼거는 이 조각상을 "추하고 포르노적"이라 평가했다.
여성 성직자이자 언론인인 소리네 고트프레드센은 일간지 '벌링스케(Berlingske)'에 "남성의 이상적인 여성상에 대한 환상을 구현한 조각상을 세우는 것이 많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썼다. 이어 "많은 이들이 이 조각상을 천박하고, 시적이지 않으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우리는 공공장소에 넘쳐나는 과도한 신체 표현에 질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각상 제작자인 페터 벡은 이런 비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 석조 조각의 가슴 크기는 그 조각상의 크기에 비례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동상이 선정적이라는 비판 자체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지 일간지 벌링스케의 논설위원 아미나타 코어 트라네는 인어상의 가슴에 대한 비판이 곧 '바디 셰이밍'이라고 지적했다. 바디 셰이밍은 몸매, 체형, 외모 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하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녀는 "공공장소에 노출되는 여성의 가슴은 특정한 학술적 형태와 크기를 가져야만 허용되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큰 인어상이 다른 유명한 동상인 '작은 인어상(Little Mermaid)'보다 덜 노출돼 있다"면서 "큰 인어상은 가슴이 더 크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큰 인어상은 2006년 코펜하겐의 랑겔리니 선창에 설치됐으나, 2018년 현지 주민들로부터 '가짜이자 천박한 인어'라는 비판을 받아 철거됐다.
이후 조각상은 드라고르 요새로 옮겨졌으나, 덴마크 궁전·문화청이 지난해 3월 철거를 요청했다. 그 뒤 벡이 드라고르시에 이 동상을 기증하겠다고 제안했는데, 드라고르시는 "좋은 제안이지만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해 수용하기 어렵다"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벡은 이 조각상을 만든 이유가 "작은 인어상이 너무 작다"는 관광객들의 불만을 듣고 나서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여전히 많은 드라고르 주민들이 이 조각상을 좋아하며, 마을 내에 계속 보존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궁전·문화청은 이 사안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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