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와 가깝다는 지적에도 2007년 공항 개장 승인
희생자 유족, 콘크리트 추가로 보강은 '살인행위'
희생자 유족, 콘크리트 추가로 보강은 '살인행위'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2월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활주로 끝에 세워진 위험한 장벽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분석, 보도했다.
NYT는 무안 사고 현장 취재와 다수의 전문가들과 가진 인터뷰, 사고 관련 문건 수천장을 분석한 결과 둔덕을 콘크리트로 만들고 그것도 국제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았으며 활주로 가까이 세운 점, 정부가 안전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외면한 것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당시 사고로 모친을 잃은 이모씨가 입수한 사고 관련 문서들을 같이 분석한 결과 지난 1999년 완성된 공항 설계도에는 활주로 끝에 국제안전기준에 맞는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세우기로 돼있었으나 이것이 돌연 변경돼 콘크리트로 만들어지게 됐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로컬라이저가 활주로와 가깝다는 경고에도 정부 부처에서 승인을 했으며 국제 규격과 맞지 않았던 구조물의 높이와 소재는 수년후 콘크리트가 추가 보강됐다는 점을 찾아냈다.
설계가 누구에 의해 그리고 왜 변경됐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콘크리트를 사용할 경우 목재나 철강 구조물 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사고기의 엔진에서 새와 충돌한 흔적이 있었던 것과 조종사가 엔진을 껐을 가능성도 사고 원인이 되지만 조사 당국에서 활주로 끝의 단단한 장벽이 치명적인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여기에 초점을 맞춰온 것으로 취재 결과 나타났다고 했다.
또 입수 문서에 따르면 정부 당국에서 공항의 안전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한국공항공사(KAC)도 개장 6개월전인 2007년 5월 로컬라이저가 활주에서 너무 가깝다는 보고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지만 추후에 위치를 옮긴다는 조건으로 개장이 승인됐다.
이씨는 로컬라이저를 더 두꺼운 콘크리트로 보강하면서 활주로에서 더 먼 곳으로 옮기는 것은 시도 조차하지 않았다며 이것은 ‘살인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는 "둔덕이 없었어더라면 분명히 일부 탑승자들이 생존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NYT는 사고 발생후 경찰에서 공무원을 포함해 24명이 조사를 받았으나 이씨는 사고 결론을 지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 사고 현장이 정리되기 전에 관련 책임자를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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