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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멕시코, 트럼프 관세에도 車 방어…USMCA 덕분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7 17:14

수정 2025.08.07 17:37

캐나다·멕시코, 車 관세 공격 방어…USMCA 협정문 제2.4조 덕분 한미FTA에도 유사한 내용 담은 제2.3조 있으나 실효성 떨어져 정교하지 못한 조항으로 '희비교차'...韓 자동차 산업 방비해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2020년 1월 29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AP뉴시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2020년 1월 29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사실상 대부분 무관세 조치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은 일부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가 예상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범유럽 매체 유로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는 올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게 각각 35%, 25%의 고율 관세 통지서를 받았지만, 실효 관세율은 한국이 부담하는 '상호관세'보다 훨씬 낮다고 확인됐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캐나다의 실효 관세율은 5~7%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 대형 투자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멕시코의 실효 관세율 역시 6.9%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실효 관세율 한 자릿수, USMCA 덕분
캐나다와 멕시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1기 때 체결한 USMCA 덕분에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다.

캐나다 중앙은행에 의하면 현재 캐내다는 에너지 수출의 100%, 그리고 기타 수출의 95%를 USMCA 기준에 충족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USMCA의 핵심 내용에 계속해서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최근에도 재확인했다"면서 "그 결과 캐나다산 상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전체 캐나다·미국 무역의 85% 이상이 무관세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 회장인 플라비오 볼페 역시 "현재 캐나다는 미국의 다른 교역 상대국들보다 훨씬 나은 위치에 있다"며 "겉으로는 강한 관세 정책을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캐나다산 제품을 계속 수출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도 다르지 않다. 앞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 속에서도,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 덕분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USMCA 기준을 충족하는 상품은 대부분 무관세"라고 밝혔다. 마르셀로 에브라르 멕시코 경제부 장관도 이를 거들며 "USMCA 덕분에 멕시코의 대미 무역 중 84% 이상은 무관세"라고 말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4월 15일 캐나다 퀘벡주 셍 듀스따슈의 버스 공장을 둘러 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4월 15일 캐나다 퀘벡주 셍 듀스따슈의 버스 공장을 둘러 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USMCA와 한미FTA는 어떻게 다른가?
캐나다·멕시코는 USMCA 덕분에 자동차 품목에 닥친 고율 관세 또한 막을 수 있게 됐다. 유로뉴스는 "미국에서 자동차 수입품에는 25%의 관세가 적용되지만, 캐나다 및 멕시코산 자동차는 예외로 면제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배경엔 "어느 당사국도 원산지 상품에 대해 기존 관세를 인상하거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명문화 한 USMCA 협정문 제2.4조가 있다. 해당 조항은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작동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 관세를 외쳐도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한미FTA에선 그러한 규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한미FTA의 제2.3조도 USMCA의 제2.4조와 유사하게 "원산지 상품에 대해 기존 관세를 인상하거나 새로운 관세를 채택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무력해지기 쉽다. 긴급 조치(제10.7조), 안보 예외(제23.2조) 등 예외 조항이 광범위하게 열려있고, 원산지 기준도 포괄적이거나 절차가 정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도 트럼프 1기 당시 캐나다·멕시코처럼 미국과 FTA 재협상을 했다. 그러나 한국은 한미 간 무역 불균형 해소라는 명분 아래 자동차 수입 쿼터를 늘리고 농산물 시장을 조금 더 개방하는 선에서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관세 자동 면제 조항 같은 구조적 보호 장치들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은 자동차에 대한 15% 관세만으로도 기뻐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韓 "한미FTA 살아 있다"
한국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의 실효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6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세협상 이후에도 한미FTA 효과는 살아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한미FTA를 통해서 관세를 0%로 면제 받아 왔고, 이번 상호관세로 (관세율) 15%가 올라가는 것은 맞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 부총리는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우리보다 높은 관세를 받고 있으며, 거기에서 15%(상호관세)가 추가로 부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쪽에서 적자가 큰 자동차, 철강, 반도체, 의약품 등 특정 품목은 미국 무역진흥법에 의해 품목관세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며 "그런 품목을 제외하고는 한국이 FTA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한국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 비교 우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