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대비태세 악영향 우려…기존 방침 유지키로
핑크폰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에서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이 소통하는 직통전화기를 말한다. 분홍색의 구형 전화기 형태로 일명 ‘핑크폰'이라고 부르고 유엔사는 하루 2번 북한과 통화하며 작동 여부를 점검한다.
6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사를 통해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남한의 경고방송이 너무 많다. 횟수를 줄여달라"는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우리 군은 논의 끝에 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이 대북 경고방송을 줄이기 위해서는 접경지역에서의 북한군 대응 메뉴얼을 전면 교체해야 하며, 자칫 대북 대비태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은 메뉴얼에 따라 북한군이 MDL을 넘어오는 등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1차로 경고방송을 내보낸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으면 경고사격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이 MDL을 넘어오는 경우, 대응사격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북한군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철책 설치, 방벽 세우기 등 요새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우리 군에 의해 병력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엔사를 통해 우리 군의 경고방송 축소를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유엔사는 "북한군과의 구체적인 통신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유엔군은 정전 절차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을 유지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유엔군사령부는 판문점 핫라인 '핑크폰'을 이용해 98건의 통지문을 북한에 전달한 바 있다. 최근 북한으로 월북한 주한미군의 송환 문제도 핑크폰을 통해 대화를 시작하기도 했다.
남북 간 연락 채널인 판문점 내 남북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은 북한의 일방 차단으로 지난 2023년 4월 6일 마지막 통화 이후 2년 4개월째 연결되지 않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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