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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체납액 무려 110조, 탈세 엄벌해 조세정의 실현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6 19:20

수정 2025.08.06 19:20

성실하게 세금 내는 사람들은 뭔가
고의 체납 처벌 수위 높여 엄단해야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달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여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달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여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세청이 110조원에 이르는 체납액 실태를 전면·전수 조사하겠다고 한다. '실태 확인 종사자'라는 직책을 만들어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체납자의 납부 의사·계획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5년 세제 개편안'에 체납자 실태 확인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국세청은 전담조직인 국세 체납관리단을 즉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누계 체납액은 2021년 99조9000억원에서 2022년(102조5000억원) 100조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에는 110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336조5000억원인 지난해 국세 수입과 비교하면 3분의 1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체납액 규모가 이 정도로 큰 것도 이해하기 어렵거니와, 이렇게 되기까지 왜 공권력을 강력하게 행사하지 않았는지도 납득할 수 없다.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국민의 기본의무인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상의 법 위반행위다. 고의적 세금 체납은 다른 말로 하면 탈세다. 세금신고를 누락하는 것도 탈세이지만 납세 통보를 받고도 납부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도 동일한 세금 포탈행위다. 의도적 체납은 형벌로 다스릴 수 있는 규정도 있다. 고의적 체납이나 재산 은닉, 포탈 등 위법행위가 인정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늘 미온적이었다. 해마다 정부는 올해와 유사한 체납대책을 발표하고 내지 않은 세금을 걷는다고 했지만 성과는 극히 미미했다. 물론 체납액의 대부분이 사업 실패로 세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재력이 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히 적지 않게 있을 것이다. 정부는 고의적 체납이 얼마나 되는지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세금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면 성실하게 납부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당연히 발생한다. 특히 일명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소득세 납부자들 입장에서는 조세정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가운데 25명이 체납자이고, 체납액이 가장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서울 강남구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사회 지도층이나 부자들이 더 세금을 회피하려 한다는 뜻이다. 외국인들의 체납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국내 외국인들의 지방세 체납액은 434억원에 이른다.

세금이 잘 걷힐 때도 정부의 징수행정이 멈추면 안 되겠지만, 불황으로 세수가 해마다 수십조원씩 구멍이 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의 체납액 징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국가는 돈이 없어 쩔쩔매는 형편에서 체납·탈세자들이 호화생활을 하며 떵떵거리며 살도록 내버려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국이 조세범죄율이 낮은 것은 형벌로 엄하게 다스리기 때문이다. 우리도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법을 고쳐서 체납과 탈세를 엄중히 관리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그 외에는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