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트럼프가 쏜 반도체 관세 100%…글로벌 생태계 위협 '시한폭탄'

뉴스1

입력 2025.08.07 11:31

수정 2025.08.07 11:39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중대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생산할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조건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에 반도체 관세가 부과되지 않더라도 중국, 대만 등에 반도체 관세가 부과될 경우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에도 비용이 전가될 수 있어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25%, 철강 50%인데 반도체는 100% '충격'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새로운 반도체 관세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에 적용되지만, 미국에서 제조하겠다고 약속한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관세는 미국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시행한 조사에 따른 것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상무부가 대통령에게 그 위협을 완화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관세 부과, 수입량 제한 등 다양한 무역 제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반도체 업계는 100%라는 관세율에 당황한 분위기다. 기존에 미국이 부과한 품목관세는 자동차 25%, 철강·알루미늄과 그 파생제품 50% 등으로, 업계에서는 미국이 유럽연합(EU)과 합의한 반도체 품목 관세 15% 수준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국은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다른 나라에 대비해 반도체, 의약품 관세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아 15%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준수할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무관세가 적용돼 왔기 때문에 미국의 반도체 관세율 100%가 발효되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 메모리 직접 수출 적지만…공급망 연쇄 영향

한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반도체 규모는 크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419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6838억 달러)의 20.8%를 차지했다. 대미 수출액만 보면 반도체 수출액은 103억 달러로 완성차(342억 달러), 일반기계(149억 달러)에 이어 3위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올해 6월까지 대미 수출액은 1억 3173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375억 1473만 달러)의 0.003%, 전체 국가 중 12위 수준이다.

국산 메모리는 주로 중국(1위, 123억 8076만 달러)과 대만(2위, 106억 1095만 달러)으로 수출돼 완제품으로 조립 후 최종 소비국에 공급된다. 대표적으로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대만 TSMC에서 제조하는 엔비디아의 AI 칩에 탑재된다.

결국 한국에 반도체 관세가 면제되거나 낮은 수준으로 부과되더라도 중국이나 대만에 높은 관세율이 발효되면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급망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관세 부과에 따라 늘어난 비용 부담이 연쇄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메모리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낸드플래시)과 쑤저우(패키징), SK하이닉스는 우시(D램), 충칭(패키징), 다롄(낸드플래시)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양사 모두 중국 공장에서 범용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최신 공정의 고부가 제품은 국내에서 만든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대규모 팹을 짓고 있어 관세 면제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는 수입자 부담이지만 그걸 빌미로 제품 가격 인하 압력이 생길 수 있다"며 "고객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관세로 인해 증가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그런 과제가 더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대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으로 영향을 예측하기는 어렵고, 구체적인 내용을 지켜봐야 한다"며 "일단 한미 무역협상 결과 최혜국 대우를 확보해서 15%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