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꽃 14만송이 폐기… 수입산에 밀린 화훼농가 ‘벼랑 끝’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7 18:18

수정 2025.08.07 18:18

연이은 FTA로 농가 고사위기
가격 내려가면 폐기처분 ‘눈물’
정부, 대책 약속 후 1년째 방관
정수영 경기도장미연구연합회장이 7일 오후 고양국제꽃박람회 사무실에서 장미 농가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경수 기자
정수영 경기도장미연구연합회장이 7일 오후 고양국제꽃박람회 사무실에서 장미 농가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양=김경수 기자】정수영 경기도장미연합회장을 비롯한 63명의 농민들은 지난 7월 29일 고양특례시 덕양구 한국화훼농협 장미산지유통센터에서 직접 재배한 장미(절화)를 자르며 폐기처분(본지 7월30일자 20면)했다. 이날 버려진 장미는 무려 14만송이다.

7일 고양국제꽃박람회 사무실에서 만난 정 회장은 고양시뿐만 아니라 국내 화훼 농가가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꽃) 소비는 계속 줄고, 여름 휴가철에 이어 수입품까지 밀고 들어오니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늘어나는게 현실"이라며 "가격 하락 시기에 맞춰 이번에도 장미를 모두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성껏 꽃을 키웠는데 바깥 구경도 못하고 폐기처분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한탄했다.



정 회장에 따르면 꽃 가격은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별 차이가 없는 반면 물가와 인건비, 시설비는 3배 이상 폭등했다. 20여년 전 고양시 농가가 600곳에 달했지만 현재는 120곳만 남았다. FTA 체결로 인해 대규모 화훼 수입에 의한 결과다.

중국·베트남(2015년), 콜롬비아(2016년)와 FTA 체결 이후 수입 점유율이 90%를 넘어서 국내 생산 농가가 급격히 감소했다. 그 결과 국산 꽃 소비는 매년 급격히 줄었다. 판매 소득은 미미한 반면, 인건비와 시설비 등 농사 비용 지출은 계속 늘어나면서 화훼 농가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정 회장은 이런데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콰도르와의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까지 추진하면서 농민들은 장미 생산 기반이 더욱 붕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 회장은 "기존 수입품에 이어 값싼 에콰도르산 화훼가 대량으로 유입되면 국내 화훼 농가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며 "이미 힘겨운 상황에 처한 화훼 농가들이 SECA로 인해 줄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정 회장은 정부가 FTA 체결에 따른 피해 보상과 농업용 전기 요금 가격 인하 등 농가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고, 근본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2024년 1월 집회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농민들에게 SECA 협정 관련 연구 용역 결과에 따라 화훼 농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 넘도록 깜깜무소식"이라며 "정부의 방관으로 화훼 농가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화훼 농가의 절박한 상황을 알아야 하고, 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국내 농가가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정책과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2ks@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