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거세지는 탈탄소화 압박 대비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7 19:09

수정 2025.08.07 19:09

오대균 전 유엔 탄소시장감독기구 위원
오대균 전 유엔 탄소시장감독기구 위원
기후가 심상치 않다. 뉴스는 매일 긴 시간 이상기후로 입은 피해와 그것을 피하는 법을 안내한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기후위기를 피하는 법에 대한 접근은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나 정부 또는 지자체 등의 몫으로 남겨둔다. 유엔은 1994년부터 기후변화협약을 만들어 이행해왔고 2021년부터는 파리협정에 기반해 각국이 탄소를 비롯,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국가감축목표'를 5년마다 제출하고 이행하고 있다.

우리도 2030년에 총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보다 40% 줄이는 목표를 제출한 바 있고, 올해 안에 203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우리가 온실가스, 특히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전기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화석연료다. 감축목표의 기준연도인 2018년에 국가 총배출량의 37%를 배출했고, 2030년에는 그보다 44%를 줄이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전체 목표량의 41%이다. 전기의 무탄소화를 이루려면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사용하는 에너지당 배출하는 탄소량을 낮춰야 한다. 지금 우리는 1kwh에서 0.4541g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하는 전기를 줄이고 가능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서 이 수치를 낮춰야 한다. 국가의 단위 전기당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낮춰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곳에서 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

2023년 전 세계 발전량에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이었고, 2030년에는 45% 수준에 이를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는 전망하고 있지만 우리는 2023년에 9% 수준에 머물렀다. 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해온 국가들은 앞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들에 무엇을 요구하게 될까, 이번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공약으로도 충분히 대등한 입장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에너지는 산업과 경제의 성장을 지지하는 중요한 요소로 간주돼 공급 안정성 확보는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었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자국 우선주의 시대를 맞아 자국 내 에너지 확보, 무탄소 에너지 확보가 경제와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산업과 공급망에 대한 탈탄소화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채우는 RE100은 기업의 주요 사안이 되었지만 글로벌 규모로 성장한 우리 기업들 가운데 두세 기업 정도만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 가능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그들의 공급망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도 관리하도록 하는 SBTi와 같은 이니셔티브 가입도 요구되고 있고, 영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의 전제조건으로 SBTi 승인을 의무화했다. 이제 다른 국가와 다른 산업 부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안정성과 공급 가능성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그간 빠른 성장을 위해서 화석에너지 수입의 안정성 확보가 중요했고, 원유 공급처와 관련된 전쟁은 언제나 불안을 가져왔다. 재생에너지는 우리 땅에 있는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어려울 때 좀 비싸더라도 국산품을 애용하자고 했는데 재생에너지만은 예외로 하는 모양이다. 기술발전과 시장 확대로 재생에너지 가격은 빠르게 내리고 있음에도. 그리고 재생에너지 발전의 잠재량은 크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를 보면 재생에너지 가운데 전력생산을 고려하면 이론적 잠재량은 작년 총발전량의 200배가 넘고, 지리적 영향과 기술적 영향을 반영해 활용 가능한 양은 10배 수준이다. 규제 수준, 지원정책 및 경제적 요인을 고려한 시장 잠재량도 2024년 총발전량을 넘어선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산업과 경제까지 지원하려는 노력으로 규제를 없애고 지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기술발전이 고려되지 않더라도 작년 발전량의 최대 10배까지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경제와 산업은 관세만의 문제가 아니다.
탄소가 더 긴 문제다.

오대균 전 유엔 탄소시장감독기구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