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멀티탭이 가정 내 화재의 원인으로 자주 지목되면서 사용 주기와 관리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멀티탭을 고장이 나거나 파손되지 않는 한 오랜 기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화재 사례를 계기로, 멀티탭 역시 일정한 주기를 두고 교체하거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멀티탭의 수명이나 교체 주기에 대해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은 없다. 그러나 전기안전과 화재 예방 차원에서 전문가들은 멀티탭을 소모품으로 보고, 사용 환경에 따라 주기적인 교체와 점검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멀티탭 제조업체들은 일반적으로 1~2년 주기로 교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멀티탭 내부에 쌓이는 먼지다. 멀티탭은 보통 책상 아래나 가구 뒤편 등 먼지가 많이 쌓이는 곳에 설치되며, 이러한 환경은 전기 누전이나 과열을 유발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먼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틈새를 통해 제품 내부로 유입되고, 습기를 머금으면 전기를 통하게 되는 전도체로 바뀌어 위험 요소가 된다.
멀티탭을 장기간 사용하면 내부 접점 부위가 헐거워지면서 발열이 심해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이로 인해 열이 축적되고 주변 먼지와 결합되면 불꽃이 일어나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멀티탭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히 사용 기간만을 기준으로 교체 시점을 정하기보다는 사용 빈도, 설치 위치의 청결 상태, 주변 환경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지가 많은 장소에 설치하거나 고전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교체 주기를 더욱 짧게 잡는 것이 좋다.
멀티탭을 구매할 때는 제품의 정격 용량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보통 제품 뒷면에는 전압(V)과 전류(A)가 표기돼 있으며, 이를 곱하면 해당 멀티탭이 견딜 수 있는 최대 전력량이 계산된다. 예를 들어 250V, 16A로 표기된 제품이라면 최대 허용 전력은 4,000W다. 그러나 실제 사용할 때는 이 용량의 80% 이하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가전제품의 전력 소비량에 따라 멀티탭 사용 여부를 구분해야 한다.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인덕션 등 전력 소모가 큰 제품은 멀티탭이 아닌 벽면 전용 콘센트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전선의 굵기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일반 가정용은 1.0㎟ 또는 1.5㎟, 사무실이나 공장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곳에서는 1.5㎟ 이상의 전선이 적합하다.
멀티탭의 외관 점검도 필수적이다. 전선이 꺾이거나 눌린 흔적, 피복 손상, 검게 그을린 자국 등이 있다면 즉시 교체해야 한다. 사용 중 흔들었을 때 내부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부품이 헐거워진 느낌이 있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멀티탭은 청소도 중요하다. 특히 냉장고 뒤편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설치한 경우에는 더욱 신경 써서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전선은 꼬아서 묶지 말고, 가급적 곧게 펼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선을 강하게 묶으면 내부 구리선이 손상되거나 피복이 벗겨져 누전 위험이 높아진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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