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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향한 우산 논쟁, 외신도 주목... NYT "한국 젠더 갈등 드러낸 한 단면"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8 21:07

수정 2025.08.09 00:38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라온 손흥민과 벤 데이비스가 인터뷰 하는 장면.뉴시스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라온 손흥민과 벤 데이비스가 인터뷰 하는 장면.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영국 프리미어리그 출신 축구스타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FC)이 또 다른 국제적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라운드 위 화려한 플레이 때문이 아니었다. 한 장의 사진, 그리고 그 사진이 촉발한 논쟁 때문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이 축구스타는 여성 인터뷰 진행자의 우산을 들어줘야 했던 걸까’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온라인에서 벌어진 이른바 ‘손흥민 우산 논란’을 조명했다.

이 논란이 젊은 세대 사이 극단적으로 심화된 젠더 갈등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의 친선경기 이후였다. 경기 직후 빗속에서 진행된 인터뷰. 진행자는 걸그룹 에이핑크 출신 방송인 오하영. 그녀는 손흥민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단순한 풍경일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의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자 인터넷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일부 네티즌은 “왜 여성이 남성에게 우산을 씌워줘야 하느냐”며 성 역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또 다른 이들은 “그저 인터뷰 상황일 뿐”이라며 “억지 해석”이라 반박했다.

심지어 같은 자리에 있던 손흥민의 토트넘 시절 동료 벤 데이비스가 인터뷰어의 우산을 대신 들어주는 사진까지 소환돼 비교 대상이 되며 논쟁은 더욱 불붙었다.

손흥민이 인터뷰 하는 장면의 뒷모습이 공개됐다.뉴시스
손흥민이 인터뷰 하는 장면의 뒷모습이 공개됐다.뉴시스

NYT는 이 논쟁을 ‘사진 한 장이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묘사하며, 한국 사회에서 젠더 이슈가 얼마나 민감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진 속 장면에 상당수 한국인이 날 것의 감정을 투영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젠더 갈등은 한국에서 단순한 의견 대립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분열을 일으키는 주요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는 취업, 선거, 연애, 출산 등 삶의 전 영역에서 성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가 성별 간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특정 사진이나 상황에 대한 극단적 해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상호 혐오와 분노가 반복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