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체제'로 개편되면서 여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 대표가 국민의힘을 '대화 상대로서의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정치권 대치 국면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를 2주가량 앞둔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 역시 강력한 대여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얼어붙은 정국이 당분간 풀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취임 이후 국민의힘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연일 표명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전날 "광주 영령들의 뜻대로, 대한민국의 법대로 내란 세력을 척결하겠다"며 "12·3 비상계엄 내란의 책임자를 철저하게 단죄하지 못한다면 언제 또다시 윤석열과 같은, 참혹한 짐승과도 같은 독재자가 다시 나타나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할지 모른다.
이러한 정 대표의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과 대화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며 여야 개념이 아니다"며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정 대표는 지난 5일엔 국민의힘 위헌 정당 해산 추진 가능성을 열어두며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지난 5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4당 대표를 만나면서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찾지 않았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정 대표가 '국민의힘을 예방하지 않는 것은 '야당 무시'가 아니다. '합헌정당'으로 돌아오라는 '정중한 요청'"이라고 책임을 넘기기도 했다. 이에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굉장히 위헌적인 발언"이라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원내 현안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이 손을 내밀지만, 민주당이 거절하는 상황이 거듭 연출되고 있다.
송 위원장은 지난 6일 "민주당은 여전히 나머지 방송장악법과 반기업 악법 처리를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쟁점 법안 수정 논의를 위해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회동을 요청했다.
별다른 반응이 없자 전날에도 "이 정부와 민주당은 반기업적, 반경제적, 반국민적 입법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경제계와 야당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수정·보완하는 정상적 입법 절차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으나 아직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 정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김 원내대표로부터 회동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이날부터 김 원내대표가 휴가라 당분간 회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8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21일 방송문화진흥회법, 22일 EBS 지배구조를 바꾸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까지 '방송3법'도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그 직후 매일 본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도 차례로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또다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매달려야 한다.
또 여야 합의로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안도 정 대표 지시로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국민의힘 역시 8·22 전당대회에서 강성 당대표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아 여야 관계가 돌이키기 어려운 대결적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뚜렷한 1강은 없지만 '반탄(탄핵 반대)파'가 유리하다는 평가는 많다. 민주당이 독재하고 있다며 "민주화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문수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가, 장동혁 후보 역시 연일 민주당과의 "전쟁"을 언급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규정하니, 국민의힘 내에서도 강성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또 국민의힘에서 실제 강성 당대표가 선출되면 정 대표는 이를 명분 삼아 '내란 프레임'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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