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변경·예산 축소 여파
'이념 논란' 광주 정율성 기념사업, 2년째 표류…복원 생가 방치사업 변경·예산 축소 여파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2년전 불거진 이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광주 지역 정율성 기념사업들이 사업 변경·예산 축소 등의 여파와 맞물리며 표류하고 있다.
10일 광주시와 남구에 따르면 예산 45억원을 들인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이 지난해 12월 복원 공사 완료를 끝으로 현재까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광주에서 태어난 음악가 정율성을 기리기 위해 2018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동구 불로동 164-1번지 988㎡ 부지에 있는 그의 생가를 복원하거나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계획상 복원 공사는 지난해 3월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그의 행적을 둘러싼 이념 논란이 불거지면서 9개월이 지난 후에야 완료됐다.
생가를 복원했어도 내부를 꾸밀 전시 콘텐츠를 마련하지 못했고, 정율성 이름이 들어간 공원의 명칭도 확정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사업은 멈춘 상태다.
2005년부터 '정율성 국제음악제'라는 명칭으로 해마다 열렸던 정율성 음악 축제도 2년째 열리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이 축제에는 2억∼4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여러 이유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고, 축제도 중단됐다.
광주시는 올해 하반기까지 생가 안 전시장을 조성하거나 공원 명칭이 담긴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종합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업 지연으로 계획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재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남구가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추진했던 기념사업도 비슷한 이유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양림동 76-1, 314-48번지 160㎡ 규모 부지를 매입해 정율성 전시관을 신축하려고 했지만, 이념 논란으로 사업을 조정했다.
사업명에서 정율성 명칭을 뺐고, 그를 기리는 전시관 대신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문학관으로 기존 한옥 건축물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 변경 승인을 받아 2024년 4월부터 공사가 시작됐는데, 사업 방식이 변경되면서 건축허가 협의 절차가 필요해 지난 6월 공사를 중단했다.
남구 관계자는 "전시관 대신 문학관을 지으려다 보니 건축 구조물 변경과 관련한 인허가 절차가 필요해 공사를 중단했다"며 "행정 절차를 끝내는 대로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 음악가 정율성에 대한 이념 논란은 2023년 8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북한과 중국에서 활동한 그의 행적을 문제 삼으며 불거졌다.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이력 등이 뒤늦게 알려지자 남구에 있는 정율성 흉상이 무단으로 파손되거나 일부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논란 끝에 전남 화순군은 그가 졸업한 초등학교 벽면에 그려진 초상화를 철거했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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