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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의 첫 우승' 고지원 "하루아침에 실력 오른 것 아냐…노력의 결과"

뉴스1

입력 2025.08.10 18:00

수정 2025.08.10 18:00

고지원이 10일 열린 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확정한 직후 기뻐하고 있다. (KLPGA 제공)
고지원이 10일 열린 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확정한 직후 기뻐하고 있다. (KLPGA 제공)


고지원이 10일 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물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고지원이 10일 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물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고지원(왼쪽에서 3번째)이 10일 열린 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가족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고지원(왼쪽에서 3번째)이 10일 열린 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가족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서귀포=뉴스1) 권혁준 기자 = "갑자기 실력이 좋아진 게 아니다."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린 고지원(21)이 이렇게 말했다. 정규투어 '조건부 시드'로 출전한 대회에서 정상에 섰기에, 누가 봐도 '대반전'이지만 그 밑바탕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고지원은 10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 앤 리조트(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 원)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추가,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로 2위 노승희(24·19언더파 269타)를 두 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해 시드전 탈락으로 올 시즌 정규투어 출전이 자유롭지 못했던 고지원은, 이번 우승으로 2027시즌까지 시드를 확보했다.



특히 지난주 열린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준우승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고향 제주에서 일군 우승이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고지원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첫 우승을 고향에서 달성해 정말 기쁘다"면서 "당장 다음 주 드림투어(2부) 대회에 나설 예정이었는데 대회를 취소하게 된 것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까지 우승은커녕 '톱10'도 기록하지 못했던 고지원은 '조건부 시드'로 나선 올 시즌 오히려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6월 MBN 여자 오픈에서 공동 10위로 생애 첫 '톱10'을 달성했고, 지난주 준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에선 우승의 간절함까지 해소했다.

고지원은 지금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했다.

고지원은 "밖에서 볼 땐 갑자기 기량이 좋아졌다고 보일 수 있지만, 내 스스로는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시드전을 탈락했을 때도, 7월 롯데 오픈에서 컷 탈락했을 때도 그 대회에서 배운 것이 많았다"면서 "샷감도 올 초부터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고지원은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이 더 돋보이는 선수다. 스스로도 "주니어 시절부터 국가대표 한 번 못 할 정도로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은 안 했다"면서 "그랬기에 엄청 열심히 연습해 극복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번 우승으로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너무 좋아서 한 번 더 하고 싶다.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노력을 갖췄지만, 시드전 탈락 후엔 '멘탈'의 중요성도 깨달았다고.

그는 "작년까지는 쫓기듯이 플레이했고, 연습도 스스로를 혹사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하게 했다"면서 "그럼에도 성적이 안 나니 절망감이 있었는데, 건강한 마인드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마음을 다잡으니 시드전 탈락의 아픔도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다. 고지원은 "슬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괜찮았다"면서 "의식적으로 즐겁게, 재밌게 하려고 생각하니 공이 잘 안 맞아도 재밌더라"며 미소 지었다.

우승의 가장 큰 힘은 역시나 가족이었다. 그는 "묵묵히 믿어준 가족들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먼저 빛을 본 언니 고지우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고지원은 "언니가 잘되고 나는 안 될 때 부럽기도 하고 괴롭기도 했다"면서 "그래도 언니에겐 언제나 고마운 게 많다. 오늘도 마지막 홀 그린에 와서 보니 울고 있었다.
우승 직후엔 울면서 물 뿌리러 왔다"며 웃었다.

축구 선수를 꿈꾸는 남동생에 대해선 "동생이 맨날 언니는 우승했는데 나는 못 한다고 놀렸다"면서 "오늘 우승으로 누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동생에게도 좋은 기운을 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