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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북미 정상회담 '큰 그림' 그리나...트럼프, 사상 첫 평양방문 추진설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2 12:01

수정 2025.08.13 08: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와중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평양이나 제 3의 지역에서 만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되면 현직 미국 대통령중 판문점 이외의 북한 지역을 방문한 첫 사례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의 군사분계선(MDL)을 일시적으로 넘은 적은 있지만, 공식 방북에는 미치지 못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장소 후보군으로는 평양,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개성 등이 거론된다. 북미 정상간 제2 하노이 회담 개최 시나리오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5일 갖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단된 북미 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혈맹관계를 맺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오는 15일 전후로 알래스카에서 만남을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선 파병된 1만여명 북한군의 철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한반도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북미 회담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도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 공산당 서열 1위인 또럼 서기장과 취임 이후 첫 만남을 지난 11일 갖고 대북 문제를 논의했다. 대통령이 취임 직후에 공산권 국가 국가수반을 가장 먼저 초대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같은날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서방국가로 평가받는 스웨덴의 주한대사를 가장 먼저 접견하며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스웨덴과 베트남이 북미정상회담 재개에 중요한 외교적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 나라는 서방 및 공산국가중 북한과 외교관계가 돈독하면서 한미 양국과 협력도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베트남 확대정상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베트남 확대정상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제2 하노이 회담 가능성 '모락모락'
북미 회담의 재개를 지원하기 위한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방한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 공안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과 보안을 책임진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또럼 서기장과 만남에서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국제 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한편으론 단절된 남북 소통을 재개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길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베트남도 이 여정에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미국과 북한의 외교 다리 역할을 해왔던 스웨덴도 연내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웨덴은 서방국가중 유일하게 북한과 외교관계가 돈독한 곳으로 최근 북미간의 물밑 접촉 창구로 거론된 바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칼 울르프 안데르손 주한 스웨덴대사와 접견에서 "스웨덴이 북한과 보유하고 있는 외교 네트워크와 신뢰 자산은 한반도 대화 재개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과 스웨덴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안데르손 대사는 북한 문제 관련 스웨덴측이 기울이고 있는 외교적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도 한국측과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칼울르프 안데르손 주한스웨덴대사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접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칼울르프 안데르손 주한스웨덴대사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접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스웨덴 평양대사관, 트럼프 방북 지원 가능
국정원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북한통'인 박지원 의원은 스웨덴에서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이뤄질 것이라고 최근 예상한 바 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미 간 대화를 위한 접촉은 스웨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점쳤다. 박 의원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노벨평화상"이라며 현직 미국 대통령 최초로 평양이나 기타 북한 도시 방문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0월 한반도에 체류하는 기회를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올 초 일본 NHK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김정은과 처음 만난 미국 대통령"이라며 "이제 남은 유일한 헤드라인은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할지 아니면 트럼프가 평양을 방문할지에 대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평양 방문을 위한 조율은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스웨덴은 1973년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북한과 수교해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했다.

또한 스웨덴은 지난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햇볕정책을 지지하며, 2000년 김 전 대통령의 역사적 북한 방문 준비에 깊이 관여했고, 2001년 유럽연합(EU) 의장국으로서 유럽-북한 관계 개선에 기여했다. 스웨덴은 지난 1953년부터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NNSC)의 일원으로 한반도 정전협정 준수를 감독하며,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군사적 충돌 방지에 기여했다.
위원회 내에서 스웨덴은 유엔군 측을 대표하며 북한과의 긴장 상황을 중재해왔다. 이 대통령은 오는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공식 의제로 올리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미 대화 재개 움직임 속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을 방지하고, 한미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