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액 요청은 경영책임 회피"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2 15:36

수정 2025.08.12 15:45

법률자문 결과 배임·특경법 등 위반 소지
향후 고가 투찰 뒤 감면요청 사례 재발 우려도

공사, 면세사업자 위해 임대료 산정도 바꿔
2019년 1조600억원→작년 6700억 그쳐

면세점들 "온라인 주류 판매로 실적 큰 타격"
철수땐 1900억 위약금에 입찰 패널티 부여
현충일 연휴가 시작된 지난 6월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현충일 연휴가 시작된 지난 6월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별 낙찰자 및 낙찰률
사업권 낙찰자 낙찰율(금액(원))
DF1 신라 168% (8987)
DF2 신세계 161% (9020)
DF3 신라 122% (2530)
DF4 신세계 135% (2506)
DF5 현대 105% (1109)
DF8 경복궁 103% (599)
DF9 시티 100% (710)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파이낸셜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면세사업자들의 임대료 감액 요청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확고히 했다. 법률자문 결과 임대료 조정 사유에 해당되지 않을 뿐 아니라, 면세사업자들이 과다 투찰에 대한 경영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위라는 판단이다. 면세사업자들이 위약금을 내고 철수한 뒤 재입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사는 "입찰 패널티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감액 요청, 고가 투찰의 경영책임 회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2일 인천공항에 입주한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임대료 감액을 위한 민사 조정신청에 대한 입장을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최근 업황 부진으로 적자 폭이 커지며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구역(DF1·2) 임대료를 40% 인하해달라는 조정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공사는 오는 28일 예정된 인천지방법원 2차 조정기일에 불참을 예고한 상황이다.

인천공항 임대료는 2023년 7월 여객수 연동 방식으로 변경됐다. 인천공항 전체 출국객 수에 여객 1인당 임대료를 곱해서 산정·지급하는 방식이다. 사드 배치와 코로나 팬데믹 등을 겪으며 어려움을 겪은 면세사업자를 배려하기 위한 조치다. 공사는 2019년 임대료 수익이 1조600억원에 달했지만, 이 조치로 지난해에는 6700억에 그쳤다. 그럼에도 면세업계에서는 신라·신세계가 사실상 매출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내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완공된 4단계 건설공사의 면세점 구역이 정상 운영되는 내년이 되면, 감면을 받고 있던 임대료를 정상 납부해야 돼 손실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신라·신세계는 '철수'와 '셧다운' 등 배수진을 치고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임대료 감액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공사 관계자는 "신라·신세계는 경영적 판단에 따라 최저수용금액 대비 투찰률 160%가 넘는 임대료를 제시해 10년간 운영권을 낙찰 받았다"라며 "고가 투찰로 사업권을 획득한 뒤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 취지와 공공성, 기업의 경영책임을 회피하려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DF5 구역을 운영 중인 현대면세점은 올해 2·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293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면세점은 입찰 당시 여객 1인당 임대료로 최저수용액(1056원)보다 소폭 높은 1109원을 써냈다. 신라와 신세계의 과다 투찰이 적자로 이어졌다는 공사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신라와 신세계도 최저수용금액 대비 투찰률이 각각 122·135%로 알려진 패션·부티크(DF3·4) 사업권에 대해서는 임대료 조정을 신청하지 않았다.

임대료 감면 시 배임 문제... 공정성 우려도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한 감정서를 통해 두 면세점이 철수하고 새롭게 입찰할 경우 임대료가 현재 대비 4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신라·신세계 면세점이 위약금을 내고 철수한 뒤 재입찰에 참여하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린다. 이들이 철수할 때 내야 할 위약금은 1900억원 규모다. 신세계면세점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임대료 감액 요청이 본안 소송으로 이어지면 오랜 시일이 소요되고 손해가 늘어나는 만큼, 철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의 재입찰에는 패널티가 부과될 전망이다. 공사 관계자는 "계약기간 만료 전 계약을 해지한 사업자는 면세사업권 입찰 시 철수 직후 1년간 사업수행 신뢰도 평가에서 정성평가 5점의 패널티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법률자문(율촌·화우)에 근거해 임대료 인하 거부를 고수하고 있다. 면세업체가 조정 신청 근거로 제시한 민법 628조의 차임감액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정에 응할 시 △배임 또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소지 △수익을 내고 있는 타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 △지난 입찰의 공정성 훼손 △향후 입찰에의 부정적 영향 등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받은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에 의해 엄중히 준수돼야 할 계약절차의 공정성이 심각히 훼손될 뿐 아니라, 사회적 약속인 공개 경쟁입찰의 기본 질서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신세계면세점은 공사와의 갈등보다는 정부 정책에 따른 사업의 어려움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국세청이 2023년 7월부터 온라인 면세주류 판매를 공식 허용함에 따라 손해를 많이 봤다"며 "특히 면세점 주류 고객이 대거 기내 면세점으로 이동하면서 마진 손실이 확대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