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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석화산업 부도 위기, 정부 차원 구조개편 시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2 19:04

수정 2025.08.12 19:04

YNCC 긴급 지원했지만 불씨 여전
개별 기업이 해결할 단계 이미 지나
여천공단의 여천NCC 사업장.(출처=연합뉴스)
여천공단의 여천NCC 사업장.(출처=연합뉴스)

DL그룹과 한화그룹의 합작사인 여천NCC(YNCC)가 DL의 긴급 자금지원으로 부도 위기를 넘겼다.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 다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영업이익 3871억원을 기록한 YNCC는 이후 중국의 공급 과잉과 불황으로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이번에 유상증자 형식으로 받은 2000억원을 포함, YNCC가 DL과 한화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은 5000억원에 이른다. 시장 상황이 쉽사리 바뀌기도 어려워 추가 지원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한마디로 밑빠진 독이다. 이 기업은 LG화학·롯데케미칼에 이은 국내 3위의 에틸렌 생산기업으로, 연간 3000억~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던 알짜 회사였다.

석유화학은 업종 전체로 보면 지난해 약 480억달러(약 66조6000억원)의 수출을 달성할 정도로 반도체, 자동차, 일반 기계에 이은 한국의 주력 산업이지만 중국과 중동의 공세로 하루아침에 사정이 급변했다. 여러 대기업집단이 석유화학 계열사를 갖고 있어 여파는 각 그룹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한 롯데케미칼의 부실로 롯데그룹의 위기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 정도에 그치면 다행이겠지만 석유화학 산업의 경영난은 우리 경제 전체를 뒤흔들 여지도 있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석유화학 사업 재편 컨설팅 용역을 진행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해 "이대로라면 현재 석화기업의 50%는 문을 닫을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여수와 서산 등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의 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관련 산업과 협력업체들까지 더해 수십만명에 이르는 고용인력의 실직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태도는 수수방관이라고 할 만큼 안이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적이 있다. 석유화학 업계 등에 총 3조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그 이후 8개월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공백이 지속됐고 미국과의 관세협상 등 더 급한 일이 있긴 했으나 그것이 이유가 될 수 없다.

비단 YNCC뿐만 아니라 석화업체 10여곳 모두 경영난에 빠져 있다. 산업 구조적인 문제로 개별 기업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정부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 석화산업의 전면적인 구조개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의 자체적 자구 노력을 기대하고 맡겨둘 일은 아니다.

우리는 세계 7위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이 경영난으로 최종 파산 처리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금융논리만 앞세운 정부의 무대책과 오판으로 한국 해운의 경쟁력은 추락하고 말았다. 그사이 일본과 대만은 정부가 나서서 경영난을 겪던 해운사들을 합병하고 규모를 키워 위기를 넘겼다. 석화산업이 한진해운 사태의 재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느 산업이든지 위기가 닥칠 수 있다.
그런 상황에 대응한 정부 차원의 선제적 구조개편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필수적 절차라고 본다. 수많은 재벌이 와해 지경에 놓였을 때 정부가 고통을 감내하며 과감한 구조조정 작업을 벌여 한국 경제 전체의 붕괴를 막고 금세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외환위기의 경험을 잊지 않고 있다.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정부는 석화산업의 경영난에 대해 종합대책을 내놓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