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월 소비자물가지수 안정세…금리 인하 압박에 내몰린 연준
기업 비축 재고 남아 아직 관세 여파 미미할 수도
관세 상승분을 기업이 부담해 소비자 피해 없다는 주장도 있어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 두고 '갑론을박'
구체적 전망은 생산자물가지수 등 살펴봐야
기업 비축 재고 남아 아직 관세 여파 미미할 수도
관세 상승분을 기업이 부담해 소비자 피해 없다는 주장도 있어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 두고 '갑론을박'
구체적 전망은 생산자물가지수 등 살펴봐야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세를 이어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금리 인하 압박에 내몰린 연준
12일(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BLS)은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6월 수치와 동일하고, 시장 전망치였던 2.8%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베선트 장관은 연준에 '빅컷'으로 불리는 0.5%p 금리 인하를 공식 요구했다.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날 베선트 장관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p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며 "오늘 발표된 CPI는 환상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란 예측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과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를 거들었다.
마이런 위원장은 이날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며 "관세가 경기침체와 물가 급등을 불러올 것이라는 비관론은 현실에서 나타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커피·토마토·사진 장비 가격 상승 지적에 대해서 "상대적 가격 변동은 늘 있지만, 전체 물가 지표에는 관세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불러드 전 총재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는 증거는 없다"며 "FOMC는 9월부터 금리를 인하해 12개월 동안 총 1%p 내릴 것"이라고 기대 섞인 관측을 내놨다. 이어 "관세나 세금은 장기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는다"며 "다만 가격 수준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릴 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너무 늦은 파월이 입힌 피해를 헤아릴 수 없다"며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압박했다.
분분한 경제 전문가의 시각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끼쳤는지 여부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비축한 재고가 소진되면 물가가 오른다고 보는 반면, 기업들이 관세만큼 손해를 감수하기 때문에 물가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본다. 소매업체들이 관세의 영향을 늦추고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미리 비축해두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가격 상승은 앞서 월마트 등 주요 소매 기업 대표들의 예상처럼, 재고 소진 이후 관세가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시점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 UBS 은행의 앨런 데트마이스터 이코노미스트는 "조경, 세탁, 미용 서비스 업종에서 평균 이상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며 "이는 관세 전가 현상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가펜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제 막 관세의 전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재러드 번스타인 전 백악관 경제고문은 CNBC에 "관세가 (경제 관련) 수치에 일부 반영됐지만, 아직 급격한 물가 압박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은행의 스티븐 주노 수석 이코노미스트 또한 "관세가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보다 경제에 점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기업들이 일부 비용을 흡수하고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금리 전망은?
연준 내부에서도 인플레이션 전망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와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은 고용 둔화를 이유로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제프리 슈미트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우리 목표치 위에 머무는 만큼 당분간 완만하게 긴축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현재 정책이 적절하다는 의미"라며 금리 유지에 힘을 실었다.
이에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역시 "안개가 걷히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실업률 상승 압력 간 균형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물가 전망은 오는 14일 미국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 공개 이후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6월 PPI는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연준의 금리 셈법은 7월 PPI가 관세 충격으로 예상치를 웃돈다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PPI와 더불어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연준의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도 주시하고 있다.
브라질계 투자은행 브라데스코 BBI의 주식 전략 책임자는 "CPI가 금리 방향성에 명확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연준 의장으로부터 향후 금리 방향성에 대한 지침이 나올 것이고,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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