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은 경제계가 더불어민주당에 얼마나 호소하느냐에 달려있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가 13일 파이낸셜뉴스에 내놓은 전언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노골적인 야당 패싱 행보로 여야 대화가 끊긴 상황이라 당사자인 경제계의 호소밖에 방법이 없다는 토로다. 일면 수긍이 가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국민의힘이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둘러싼 내홍에 골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1야당의 역할을 유기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2차 개정안 등 쟁점법안들 강행 처리를 재개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국회법상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토론)로 맞선다지만 압도적인 차이의 여대야소 탓에 시간만 지연시킬 뿐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경제계는 여야 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물밑에서 설득전을 지속하고 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국회의원 298명 전원에게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사업 영위가 힘들어진다고 호소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손해배상 청구 제한과 하청노동자에 원청 교섭권 부여가 핵심이다. 상법 2차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담겨 있다. 모두 기업 부담이 커지는 내용으로, 경제계가 절실하게 재고를 요청하는 이유이다. 외부에서조차 우려가 나온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노란봉투법을 두고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경제계의 건의를 담은 대안을 마련하고 여야 협의를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미 오랜 기간 논의했고 주요 경제단체들을 직접 만나 의견도 수렴한 만큼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가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이것을 내세우면 민주당이 받아주지 않으니 경제계가 직접 설득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라며 “경제계가 건의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담아 발의한 상법 개정안들도 민주당이 병합심의 대상에 넣어주지도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여대야소의 한계가 명확하긴 하지만, 국민의힘이 당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전당대회의 화두가 노란봉투법 같은 현안보다는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으로 나뉘어 다투는 것이라서다. 이날로 3번째인 합동연설회 과정에서도 현안은 대여투쟁 의지를 표현하는 수사로만 쓰일 뿐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전당대회는 이미 본회의가 시작된 후인 22일에 마칠 예정이다. 민주당이 쟁점법안 강행처리를 시작할 때까지 국민의힘은 내홍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 남은 일주일 내에 여야가 극적으로 쟁점법안 협의를 타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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