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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밀리나 [李정부 국정 청사진 나왔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3 18:23

수정 2025.08.13 18:23

<정부 부처 구성>
관세·외교 현안에 정책 후순위로
부처간 이견·반발에 신중론 커져
이재명 정부가 힘 있게 추진하던 조직개편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달 발표되는 경제성장전략, 2026년 예산안 등 산적한 경제·외교 현안을 앞두고 표면적으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러나 예상보다 큰 부처 간 이견과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직개편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직이 대거 해체되는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일부 부처의 강력한 반발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개최한 국민보고대회에서 관심을 모았던 정부 조직개편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전날 12일 국정위는 "조직개편 관련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기자들에게 공지하기도 했다. 지난 6월 16일 출범한 국정위는 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를 가장 먼저 만들어 의욕을 보였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에게 초안과 최종안 보고까지 마쳤지만 정책 발표에서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대미 관세협상 후속조치와 한미 정상회담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직개편 이슈가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조직을 뒤흔드는 데만 수백억원의 재정을 써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477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국정기획위는 기획재정부의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분리를 추진해왔다.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한 뒤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도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및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 환경부 이관, 검찰청 수사·기소권 분리 등도 논의해 왔다.

그러나 부처 간 온도차가 크고 물밑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위원회에서 정책·감독 기능을 떼는 것을 두고도 찬반이 대립하고 있다. 현재 기재부는 2008년 재정경제부 및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생겼던 만큼 이견이 극심하진 않다. 다만 예산권이 뒷받침되지 않은 재정경제부의 정책조정 기능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금융위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금융위를 분리하면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하기 어렵고 금융사 입장에서는 중복규제에 시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임기 초반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경제당국의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고 혼선이 빚어질 것도 걱정이다. 세제개편과 내년 예산 편성, 국가경제정책 수립 등 경제당국이 할 일이 많은데, 부총리급 조직을 흔들면 정부 초반 정책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산업부는 에너지정책 분리에 강하게 반발한다. 대통령실은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 등 2~3개 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그러나 산업과 에너지를 분리하는 게 국가적으로 옳은 것인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크고 뿌리산업,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반도체 등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공정, 산업경쟁력은 에너지 소비·온실가스 배출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관세정책 및 보호무역주의에 따라 통상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자칫 '힘 빼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