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럴 거면 공연 취소해라…내한 앞둔 오아시스에 韓팬 분노한 이유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4 07:49

수정 2025.08.14 13:37

SNS에 올린 영상 속 전범기…"예매 취소", "한국에 오는 걸 반대한다"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가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들어간 영상을 SNS에 올린 뒤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가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들어간 영상을 SNS에 올린 뒤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파이낸셜뉴스] 오는 10월 16년 만에 한국을 찾는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가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영상을 공개한 뒤 한국 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오아시스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의 새로운 비주얼을 확인해 보라"는 게시글과 함께 짧은 영상이 올라왔다. 10월 3일 발매되는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30주년 기념 에디션의 홍보와 함께 예약 구매를 독려하는 게시물이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이 영상은 앨범 홍보가 아니라 논란의 소재가 됐다. 영상 속 전범기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욱일기라고도 불리는 이 이미지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군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한다. 특히 과거 일본의 침략을 당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게 역사적 고통과 상처를 상기시키면서 욱일기 대신 전범기라 부른다.

10월 내한 공연을 기대하던 한국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국을 무시하는 거다. 이럴 거면 10월 공연 취소해라", "이건 너무 빼박 욱일기다. 수정 안하냐"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더는 못 참겠네. 공연 안 간다. 예매 취소", "한국에서 돈은 벌고 싶지만, 한국을 존중하는 마음은 전혀 없는 건가. 정말 실망", "나와 내 아들은 오아시스의 오랜 팬이지만 욱일기를 내리고 사과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한다"며 공연 보이콧 의견까지 나왔다.

혹시나 싶어 전범기의 역사적 가치를 설명하는 글들도 눈길을 끌었다.

한 네티즌은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사용했고 특히 아시아 전역을 침략할 때 사용됐다. 한국, 중국과 기타 아시아 국가에서는 유럽에서 나치의 만자(卍)와 마찬가지로 전쟁 범죄, 억압 및 고통의 상징"이라며 "만자를 착용하거나 표시하지 않을 것이라면 욱일기나 그와 매우 유사한 디자인을 착용하거나 표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욱일기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다. 무시할 수 없는 깊은 고통과 역사를 담고 있어. 적어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지적하는 네티즌이 있는가 하면 "네 무덤에 하켄크로이츠 깃발을 꽂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글도 올라왔다.

하켄크로이츠는 아돌프 히틀러가 나치당의 상징으로 사용한 것으로 한자의 만자(卍)와 유사한 형태다.

앞서 오아시스가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도 소환됐다. 멤버 리암 갤러거는 지난달 1일 자신의 SNS에 별다른 설명 없이 ‘칭총’(Chingchong)이라고 적었다. ‘칭총’은 중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를 비하하는 속어다.

전범기 영상에는 "칭총까지는 버텼는데 이건 아니다", "먼저 중국인, 다음은 한국인"이라는 반응이 올라왔다.

500여개가 넘는 댓글의 대부분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당 영상은 삭제되지 않은 상황이다.


록밴드 오아시스는 1991년 노엘·리암 갤러거 형제를 주축으로 결성돼 1990년대 브릿팝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전 세계적으로 900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며 ‘제2의 비틀즈’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오는 10월엔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