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하반기 위기' 경고 속에서도 세 차례 금리 인하 예상하는 美 월가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4 14:53

수정 2025.08.14 16:20

美 골드만삭스, 트럼프의 담당자 해임 경고에도 물가상승 전망 고수
JP모건, UBS 등 다른 금융사도 관세에 따른 하반기 물가상승 경고
트럼프 관세로 美 GDP 1% 줄고, 물가상승률 1~1.5%p 상승 전망
91년 만에 최고 수준 관세, 물가상승 영향 불가피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식료품점에서 한 고객이 과일을 둘러보고 있다.EPA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식료품점에서 한 고객이 과일을 둘러보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미국 물가가 하반기에 오른다는 관측을 쏟아냈다. 경제적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이다.

골드만삭스, 트럼프 위협에도 "관세 때문에 물가상승"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메리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3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에 타격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부과된 관세들이 2월에 부과된 초기 관세와 같은 패턴을 따른다면 가을부터 비용 상승분의 3분의 2를 소비자들이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얀 하치우스, 엘시 펭 등 골드만삭스의 전문가들도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 소비자들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월까지 관세로 인한 비용의 22%를 흡수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 관세 부담 비중이 67%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련 보고서에서 “관세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1% 깎아내고 물가상승률을 1~1.5%p 높일 수 있다"며 "일부는 이미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정도는 관세 인상이 유례없이 큰 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7일 미국 예일대학교 산하 연구기관인 예산 연구소는 미국의 평균 유효 관세율이 올해 초 2.4%에서 이달 18.61%로 오른다고 평가했다. 연간 기준으로 9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5년 미국 실효관세율 변화> -그래프 시작점: 1월 2일 2.4% -그래프 종료점: 8월 31일 18.61% *8월 6일까지 확정된 정책 반영 *자료: 예일대학교 예산 연구소
<2025년 미국 실효관세율 변화> -그래프 시작점: 1월 2일 2.4% -그래프 종료점: 8월 31일 18.61% *8월 6일까지 확정된 정책 반영 *자료: 예일대학교 예산 연구소

91년 만에 최고 수준 관세, GDP 1% 감소 전망

CNBC는 상승률이 월마다 0.3~0.5%p씩 추가되면서 물가가 점차 빠르게 오른다고 예측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달 29일부터 소액(800달러 이하) 소포에 관세를 부과하면 소비자 물가 역시 영향을 받는다고 내다봤다. 다국적 시장조사업체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근원 물가상승률이 올해 1%p 올라 연말에 3.5%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어 "물가상승분의 약 4분의 1만이 현재까지 소비자에게 반영됐다"며 향후 몇 개월 동안 근원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높아진다고 예상했다.

프랑스 BNP파리바 은행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은행은 “서비스 부문의 투입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서비스 가격이 상품보다 빨리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는 물가상승 걱정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미루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을 언급하고 “연준이 물가상승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지속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7월 CPI에서 서비스 부문의 가격 상승은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에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관세가 미국에 물가상승이나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 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 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도 골드만삭스는 이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3차례, 내년 2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발표한 리서치노트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이럴 경우 최종 금리는 현재 4.25~4.50%에서 3~3.25%까지 낮아지게 된다.

시장에서는 미 관세에 따른 물가 압력이 크지 않다는 해석이 힘을 받으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전날 85% 수준에서 CPI 발표를 소화하며 93%대로 상승했다. 10월과 12월 추가 인하 기대도 확대됐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도 연일 연준의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연준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가 현재의 4.2%~4.5% 범위보다 1.5%p 낮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월에 50bp(1bp=0.01%) 인하를 시작으로 일련의 금리 인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금리가 너무 엄격하다"며 "아마도 150~175bp 정도 더 낮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